연암 박지원. 소설 [양반전]과 [호질]을 통해 ‘글로써 양반을 꾸짖은 실학자’로 널리 알려진 실학자 박지원. 개구진 삽화로 꾸며진 책을 만났다. 실학자 박지원, 호는 연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게 다였던 것 같다. 청의 문물을 들여와 우리것으로 만든 인물. 그정도가 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이 책이라고만 생각했던 비룡소에서 나온 새싹 인물전 44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엄마는 무엇이든 다 안다고 생각을 한다. 책을 좋아하는 덕분에, 아직까지는 아이가 물어보는 질문에 막혔던 적은 없지만, 이 귀여운 일러스트의 인물전을 읽으면서 내 지식이 얼마나 얕은지를 알게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럼 박지원이 어떤 인물인지 들어가 보자.
박지원은 1737년 조선의 이름난 양반가에서 태어났다. 장인 이보천과 처삼촌 이양천에게서 역사와 문장을 배웠고, 스무살 무렵부터 소설 쓰기에 열중해 [마장전], [예덕선생전], [양반전] 등을 썼다. 박지원의 소설은 백성들의 삶을 보살필 생각은 않고 제 욕심만 채우는 못된 양반들을 따끔하게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 박지원은 백성들을 위해 일할 관리를 뽑는 과거 시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과거 시험 치르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북학파’를 이루었다. 상업과 공업을 발전시켜야 나라 살림이 넉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박지원과 북학파는 청나라의 앞선 기술을 배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자고 주장했다. 1780년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따라 청나라를 여행한 박지원은 여행 기록과 대화, 연구한 내용을 모아 [열하일기]를 썼다.
[열하일기]는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재미있는 소설, 폭넓은 지식을 담은 특별한 책으로, 박지원의 연구 내용이 담겨 있는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박지원은 1786년 쉰 살에 토목 공사를 맡아보던 선공감에 관리로 등용되었고, 평생 동안 연구해 온 실학을 활용해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하고 연구했다. 벼슬을 그만둔 뒤 쇠약해진 박지원은 1805년 숨을 거두었다.
이렇게 긴 내용이 몇페이지 되지 않는 저학년용 아이책속에 다 들어있다. 고집이라면 한 고집 했던 박지원. 왜 연암이라는 호를 썼는지도 이 얇은 책을 통해서 알았다. 실학사상은 상공을 위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조선시대에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선구자다. 그런 선구자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더 발전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세대가 바뀌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롤모델로 다가온다. 과거시험에서 남의 글을 흉내 내어 쓰기 싫다며 답안지에 늙은 소나무와 큰 바위만 그려놓고 나올수 있는 배짱을 가진 인물은 자신만의 생각이 완벽하게 구축되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그의 사상으로 과거를 포기하고 선비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글을 쓰면서 살았다. 하지만, 세상은 인재를 묻혀버리지는 않는것 같다. 끝내 그가 선공감에 관리가되고 백성들을 위해서 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열하일기]가 모두 26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1권부터 7권까지는 일기형식으로 여행 도중 겪은 일을 정리했고, 8권부터 26권까지는 새로운 경험이나 생각, 학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뿐 아니라, [허생전]과 [호질]같은 소설이 들어있단다. 양반이었음에도 영반의 어리석음을 재미나게 꼬집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박지원. 연암의 글들이 얼마나 많은 그당시 젊음이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조선인의 마음과 생각을 담고있는 연암체가 가득한 그의 글들이 궁금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