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우리세대에게 전하는 짭조름한 메시지. 섬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온 엄마와 초아는 과연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 이렇게 무더운 한여름에 이 책의 짭조름한 바다향이 날 반긴다. 바다와 먼 거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섬이라는 소재와 모녀지간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부잣집 아녀자들 곗돈을 두고 사기치고 튀며 우리는 한 뿌리라며 독립하려는 나를 내보내지도 않고 두 번째 남편까지 얻다 도망가게 하는…..36세 철부지 우리엄마 좀 어떻게 해줘요!!
독립을 꿈꾸는 16살 박초아의 외침이다. 엄마와 초아, 청록이는 빨간 딱지가 붙어진 집에서 나와 16년동안 본적없는 할머니가 계시는 전라도 외딴 솔섬으로 보물을 찾기 위해 간다. 본 적 없는 할머니를 찾아가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할아버지가 남긴 가보와 백자인 호리병을 발굴하러 노력하는 가운데 엄마와 초아, 청록은 할머니와 춘삼이 아지씨 그리고 시호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 때 청록이가 호리병을 찾아내자 감정단에게 맡기는데 놀랄만한 감정이 나와 엄마는 충격을 받는다.
하는 짓은 영 맘에 안들고 사기만 치고 다니는 엄마지만 엄마같은 딸은 절대로 되지 않겠다는 초아지만 끝에는 한뿌리를 인정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초아엄마도 이른 나이에 초아를 낳아 살려고 바동바동 대다 여기까지 온 거지 순전히 엄마의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닌듯했다. 초아가 놀림 받을 까봐 성도 박 씨인 아저씨와 재혼을 한 거와 청록이가 아프자, 얼굴이 하얗게 질러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면 비록 인공속눈썹을 붙이며 남자를 꼬시라고 강조하는 엄마지만 자식의 대한 사랑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면 제발 사기 좀 그만 치고 정착해서 청록이 초등학교도 보내고 했음 싶다. 갈등을 풀어주면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첩이었다는 것,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가 실은 노비문서였다는 것은 선선한 충격이었다. 오히려 엄마를 좋아하는 아저씨가 간간히 고구마나 구워먹었던 화로가 신라 시대 것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니 그 부분에서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엄마의 진짜 눈물이 보여 불쌍하긴 했지만 착하게 산 아저씨가 돈을 더 버는 게 더 맞지 싶다. 이 책에서 제일 앙증맞고 맘에 드는 인물은 역시 ‘박청록’이었다. 7살이면서도 물고기를 묻어 주자고 하고, 닭도 이름 지었으니 절대로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귀여운 꼬마. 좀 심심해질 찰나에 청록이가 나와 애교를 부리니 이것 또한 책의 묘미이다. 어린애가 초아보다 더 글을 잘 쓰다니 나중에 커서 동화작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솔 섬에서의 이야기가 좀 적다는 것. 물론 책 한권에 담겨있는 양도 적지 않지만 개성 있는 이들이 모여 보물만 발굴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른 이야기도 있었으면 했다. 시호와 같이 있으면서 자신이 무엇이 될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지만 초아가 되고 싶은 꿈이 안 나와서 아쉽고(돌멩이에 그림을 그릴 때 잘그리는건 나왔다.) 청록이가 어떻게 호미 들고 놀이 하듯 했는데 땀 뻘뻘 흘리며 캐는 넷보다 더 먼저 호리병을 찾을 수 있었는지도 나왔으면 좀 더 좋을 듯 했다. 할머니와 엄마가 16년의 공백을 깨고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 할아버지의 유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건 나의 욕심일까.
어찌 보면 한참 가족보단 우정이 더 소중하다 여길 시기. 부모님께 바락바락 대들 시기인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소재로 쓴 청소년 소설이 더 와 닿지 않을 까싶다. 내가 옆을 돌아보면 바로 보이는 건 친구가 아닌 엄마이니 친구보단 엄마를 더 이해하고 의지해야 싶다.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엄마는 엄마고 딸은 딸이다. 유전자 검사를 해봐도 99%가 나올 테고 잠버릇, 행동하는 것도 똑같으니 엄마처럼 안 산다고 소리를 꽥지르기 보다는 더운 여름날 이 책을 읽으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엄마와 사이를 더 돈독하게 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