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와 20세기를 오간 자

시간 여행이라는 이야기는 과거 많은 판타지의 소재로 삼아졌다. 시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과거를 바꾸는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백 투 더 퓨처’가 떠오른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바꾼, 한 미친 과학자와 동행해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남자의 이야기. 이 책에서는, 20세기의 한 소녀가 우연히 시간 여행의 길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그리 명확하지 못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상대적 원리를 설명했지만, 그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이론이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단지, 현대의 기술력이 그것을 구현해내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시간 여행이란 것이 단지 그러한 것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나는 분명히 시공간의 균열 등을 통해서 그러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상상력이 뛰어난 소녀가 우연히 시공간의 균열을 발견해 과거로 오가는 것이 가능한 대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그런 능력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현실적인 설정인가? 

페넬로피는 과거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던 메리가 유배지로 생활한 더비셔가 그 배경이 된다.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두 공간을 오가면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전혀 판타지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현실적인 이야기 덕분에 우리는 시간 여행에 대한 더 많은 환상을 품어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간 여행의 매력이다. 다른 이야기와는 달리, 실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그러한 이야기. 

페넬로피는 커서 결국 과거로의 여행을 지속하지 못한다. 아마 그것이 어린이가 발휘하는 특유의 능력을 잃어버려서일 것이다. 하지만, 페넬로피는 과거 여행을 하면서 몽상가라 들을 정도로 많은 추억을 쌓았던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과거를 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미래는 바꿀 수 없을지라도, 역사의 순간을 생생하게 느껴본다는 행운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시간 여행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판타지 영역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해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