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달력에 의하면 인류는 2012년 멸망할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지나치게 누리고, 지구를 과잉사용하는 현 인류가 멸망하면 지구는 다시 어떤 종에 의해 지배될까? 어렵사리 살아남은 인간들이 있더라도 지구의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 현 인류는 고대 인류의 한 종족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현 인류가 멸망하고 거대공룡이 다시 부활하며, 인류는 좀더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생활을 바꾼다. 그렇게 또 다시 2012년이 흘러 고대 인류 즉 현 인류의 흔적인 거대한 빌딩들의 잔해들 위로 언덕이 형성되고 거대고사리들이 자라고 공룡이 뛰어다닌다.
새로운 세상의 2012년,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공룡전사이다. 공룡과 교감을 이루며 다른 공룡과 배틀을 벌이는 공룡전사가 되기 위해서 청소년들은 공룡학교 입학을 꿈꾼다. 교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에 공룡전사를 향한 희망은 더욱 강하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고 몸이 약한 빈의 꿈도 공룡전사이다. 공룡에 대해 수없이 외우며 공룡전사를 꿈꾸어온 빈은 공룡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만다. 공룡전사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던 빈의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아들의 절망을 이해하고, 인연을 끊었던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설의 공룡전사였던 마스터 한도관에게 보낸다. 빈은 할아버지에게서 독특한 방법의 수련을 통해 공룡과의 교감율을 높이고, 가상훈련을 통해 전술을 다진 뒤 1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공룡배틀에 참가한다.
두툼한 두께의 책은 초반에는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대홍수 이후에 네 개로 갈라진 새로운 대륙의 모습, 그 중에서 작품의 무대가 될 티아맛 대륙의 모습- 공룡이 끄는 무공해 수레, 친환경적인 거주공간 등을 창조하며, 작가는 하나의 신세계를 온전히 창조해낸다.
공룡이 되살아난 생태계의 창조는 정말 눈부실만큼 아름답다. 공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는 작가의 지적세계가 가꾸어낸 경이로운 풍경은 읽는 내내 선연하게 머릿 속에 그려지며 감탄을 자아낸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공룡전사된 빈의 공룡배틀을 지켜보는 것이다. 매번 힘든 상대를 만나 위기의 순간을 의지로 극복해내는 모습은 흥분을 자아내며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리그전에서 빈의 상대가 되는 공룡들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는 공룡에 대한 작가의 탄탄한 지식의 현란한 표출이다. 공룡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역동적으로 싸우며 그들의 거대한 몸짓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공격한다.
각 장마다 일러스트가 있는 표지가 있는데 이 그림들이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세계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시켜주는 데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