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요~~~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7월 30일 | 정가 15,000원

제목만 읽어보면 이건 영미문학권의 작가가 쓴 판타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사실 작가가 누군지 볼생각도 안했다.

이거 좀 진부한 주제 아냐??  영미문학권에서 공룡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참 많다. ^^

근데 작가 이름이 한국인이다. .그것도 EBS방영 당시 굉장한 화제를 몰고 왔던 ‘한반도의 공룡 ‘ 감독이란다.

‘한반도의 공룡’ 보면서 예전에 아들 놈땜에 비싼돈 주고 샀던 BBC의 ‘빅 앨’ 인가 하는 비디오 테잎 생각이 났었다. 화질도 별로였는데.. 좋아하는 아들 놈 보면서 쓰린 속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났었다. ‘한반도의 공룡’은 그에 비하면 울트라캡숑 고화질에다 공룡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웠고, 주위 배경과의 어우러짐도 아주 좋았었다.

그 다큐의 감독이 책을 썼네.. 사실.. 속으론 뭐.. 공룡 다큐 등에 업고 뭔 책을 하나 내셨나봐.. 그랬다.

근데… 아.. 정말 난 그분께 큰 죄를 지었구나… 이 죄송함을 어찌..

우선 예나 지금이나 공룡에 거품무는 아들놈이 먼저 책을 읽었다. 이제 4학년이 되었길래 일부러  그림도 좀 적고 페이지수도 200-250 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예전 보다 자주 빌려주고 있었는데 이 책은 무려 500페이지에 가까운 아주 두꺼운(?) 책이다.  책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좀 알려주었더니 호기심이 더 이는지 눈이 반짝한다. 그래도 머 얼마 못가 두손 들겠지 했는데 .. 아 이놈이 책 읽은 시간 총 5시간 만에 더 털어버리는 거다.

읽으면서 소리는 왜 그렇게 질러대는지 .. 지가 공룡전사가 된 듯 .. .나중에는 백공룡을 사달랜다.  자기는 티라노 사우루스를 좋아하니 하얀 T-렉스로… 

빈이 한 경기 한 경기 아슬아슬하게 이겨나가는 장면에서는 책을 읽다말고 얼굴이 벌개져서는 내 손을 꼭 잡고 이런다. ” 엄마~~ 정말 기적은 있나봐~~~” 큭큭.. 귀여운 녀석이다.

녀석이 다 읽고 난 후에  나한테 건네주면서 엄마가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고 그런다.  그러면서 줄거를 얘기해 주다가 미리 알면 재미없을 거라고 입을 닫아버리는 센스도 발휘한다. 정말 재미있었나 보다. 엄마 다 읽으면 자기가 한번 더 읽겠단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꼭 빌려주고 싶단다.  (지금도 내 뒤에서 복습중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보니 주로 지하철에 책을 읽었는데 내려야할 정류장을 지나친게 몇번인지 모르겠다. 긴 시간 버스를 타면 허리가 아파 서서 가더라도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책을 읽고 싶어 버스를 타기도 했었다. 점심시간이면 가능한 빨리 나오는 샌드위치 같은 걸로 허기를 면하고 곧장 사무실로 달려가 책을 읽었다. 정말 너무나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다.

우선, 이 책의 배경이 색다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책에서는 ‘고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 고대면 진짜 ‘고대’는 홍수력으로 계산되는 미래에서는 도대체 뭐라고 할까?? 원시시대? ㅋㅋ

공룡이 살았던 시대구분 없이 모든 공룡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그 공룡을 삶에 여러가지로 이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잠시 잠깐 집터가 무지 넓어야 한마리라도 키울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지금 내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는 뭔 공룡을 키울수 있나 궁금해졌다. 책때문에 필받은 아들놈이 공룡백과사전을 사달랜다. 책에 나오는 공룡을 봐야겠단다. 인터넷도 있는데 말이다. 유치원 다닐때 샀던 공룡백과사전은 다 너덜너덜해져서 몇달전에 버렸는데 괜히 버렸다 후회가 된다.  

빈이 공룡학교에 떨어지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낙담을 해서 에이~~ 바보 하는 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마스터 한이 나올 때 빈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게 느끼는 분분에서는 빈과 마스터 한의 관계를 조부와 손자가 아닌 마스터 한의 환생이라고 추측해보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글로벌(?) 하다. 각 고대 대륙의 후손들이 다 나온다. 빈이 한국계 소년이라고 하니,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과연 어떤 아역배우가 캐스팅될까 궁금하다. 한국계여야 하지 않을까? 중국계나 일본쪽이 아닌… 아주 뿌듯했다.

빈과 타로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부분에서는 좀 아쉬웠다.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부분에서는 뭔가 좀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슥 넘어가는 듯한, 과정없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3단계 교감이 기대에 못미쳤던 것 같다. 기억에 확 남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길 바랬는데 말이다.

빈이 드디어 첫경기를 치룬다. 지는 줄 알았다.. 아들 놈이 이 부분에서 제 많이 흥분했다. 물론 주인공이니까 지지는 않겠지만, 결과를 알고 있어도 숨이 가빠왔다.  매경기마다 타로가 다칠 때마다 빈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고동치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나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빈과 버크의 갈등과 긴장 만큼 빈과 지젝 사이의 갈등과 긴장도 좀 길게 쓰여졌으면 좋았겠다는 것이다. 둘이 좋은 친구로 남게 되는데도 그 사이의 사건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크하고는 참 여러가지로 많이 부딪쳤는데 말이다.

어쨌든 한국 작가의 판타지 중 단연코 으뜸이라는 평을 내고 싶다.

그리고 부제가 있는 걸 보니 후속편도 있나보지요? 얼른 완성해 주세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