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지슨버넷(비룡소)
강한 긍정의 힘은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던가. 흔히들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은 꼭 이루어진다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콜렌이 아닐까 싶다.
등이 굽은 아버지에게 병이 유전 되었다고 생각하여 어렸을 적부터 침대에 누워 혹시나 등에 혹이 났을까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가는 콜렌. 주변의 또래를 단 한명도 보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이라곤 간호사, 의사, 유모 정도이다. ‘죽는다, 곧 죽을 것이다.’라는 소리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자기 최면에 빠져 오히려 멀쩡한 몸이 굽어버렸고 극치에 달해가는 스트레스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짜증과 명령뿐이었다. 이런 콜렌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평소처럼 스스로의 짜증에 대해 못 견뎌 울고 있는 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또래가 나타났다. 꿈인 줄 알았지만 나긋나긋 말도 건네주고 자기 전에 자장가까지 불러주었던 그 또래는 바로 인도에서 부유하게 살다가 부모님을 잃고 고모부 댁으로 온, 콜린의 사촌 메리였다.
메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옷도 혼자 못 입을 정도로 고집쟁이에 유아독존이였다. 어느 날 콜레라 전염병이 돌아 아야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고모부의 손에 맡겨졌다. 매우 심심하고 짜증나는 곳이라는 첫 인상과 달리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혼자 노는 법, 혼자 지내는 법을 알려준 마사와 모든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까지 친구가 된다는 마사의 동생 디콘의 이야기를 들으며 황무지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밖에서 뛰어 놀고 자연과 친해지면서 얼굴에 활기가 돌고 활발해진 메리는 큰 집 속에 숨겨진 정원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된 울새와 함께 ‘비밀의 정원’을 찾는다. 이 집에는 비밀의 정원 말고도 숨겨진 방이 많았는데, 밤에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그 울음소리를 찾고 찾아 결국 메리는 이 집안의 숨은 군주이자 자기를 넘어서는 유아독존을 만나게 된다. 메리는 콜린에게, 콜린은 메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메리와 콜린이 같이 지내면서 콜린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번도 웃지 않던 아이의 방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밥을 매일 물리던 아이가 밥을 싹싹 비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하기 싫어했던 콜린이 자연과 모두 친구가 된다는 디콘과 향긋한 자연의 향기를 이끌고 오는 메리의 손에 이끌려 혼자 힘으로 첫 외출을 시도한다. 그동안 메리와 디콘이 예쁘게 가꿔놓은 정원 속에서 콜린은 마법의 힘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을 거라고 말하던 정원사에게 메리의 “너는 할 수 있어. 반드시 해낼거야.”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휠체어에서 일어나 혼자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콜린은 혼자 걷고 뛰고 죽을 거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메리 역시 콜린, 메리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아름다운 정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쾌활하고 발랄한 아이로 성장한다. 메리와 콜린 이 두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똑같은 눈높이에서 받아들여줄 또래가 아니였나 싶다.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을 읽어 줄 친구와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무기력하던 생활 속에서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라는 새로운 발견이 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할 수 있다.’와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믿음과 자신을 믿는 강한 긍정, 몸의 상태까지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자 약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