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그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제목은 ‘전사’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표지의 그림에서 표현하듯이 전사보다는 ‘방랑자’ 혹은 ‘유목민’같은 느낌이다.
EBS 다큐 <한반도의 공룡>을 연출한 사람이 이제는 소설까지 썼다. 그 만큼 그의 공룡사랑은 지독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다큐를 만든사람이 소설까지 쓰고, 또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의 공룡에 대한 애정은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철저히 연구한 학자의 입장에서 만들어 낸 소설
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을지 모르겠다.
책의 시작은 대홍수 시대를 지나, 인류의 문명이 모두 물에 잠기고 이어 지구는 새로운 자연을 탄생시킨다.
대륙도 새롭고 자연생태계또한 이전의 지구와는 다르다. 그 속에 인류가 자리를 잡고, 공룡도 새롭게 나타나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어떤 공룡들은 인간에게 길들여져 짐을 나르거나 운송수단에 동원되기도 하고, 어떤 공룡들은 동물원에 그리고
‘공룡베틀’이라는 새로운 스포츠 속에 사람과 짝을 이루어 등장하게 된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10살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공룡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공룡베틀에 나갈 수 있는
공룡전사로서의 자격요건이 되며 공룡전사학교에 입학하여 전사로서의 훈련을 받고 이어 전세계의 커다란
축제와도 같은 ‘공룡베틀’에 출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빈’도 어려서부터 공룡에 빠져살았고, 그의 꿈은 오로지 공룡전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룡전사
학교에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루고 공룡과의 높은 교감률을 보이며 면접 자격을 얻지만, 정작 면접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불합격 한다. 우울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잠시 방황하던 차에 상처입고 쓰러져 죽어가던 공룡
‘타르보사우르스’를 발견하게 되고, 치료하고 돌봐주면서 그 공룡과 교감을 이루게 된다.
타르보사우르스와 교감을 갖게된 ‘빈’은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진실은
빈의 할아버지가 유명한 공룡전사 마스터중의 한사람이라는 것과 마스터의 지도를 받으면 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할아버지의 제자가 되어 전사로서의 수련을 마치고 첫 출전한 베틀에서 항상 빈을 놀리고 괴롭히던
버크와의 경기에서 멋지게 1승을 거두고 새롭게 주목받게 된다. 특히나 그의 공룡이 세상에 흔치 않은 하얀 공룡임에
더더욱 예전의 공룡전사중의 영웅 ‘네필림’의 환생이라는 전설까지 나오며 많은 기대를 받게 된다.
과연 빈과 그의 공룡 ‘타로’는 공룡베틀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그리고 야생에서 엄마를 찾아 사람들의 세상까지
흘러온 타로는 결국 엄마를 찾을 수 있을지….
처음, 책장을 넘기면서 문득 떠오르는 책들이 있었다.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에라곤>과 나오미 노빅의<테메레르>가 바로 그렇다.
모두, 공룡이 아닌 용을 다룬 환타지 소설들이지만, 인간과 용이 교감을 이루고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전투력으로 적들을 이겨내는 능력등은 이 책의 내용과 다름이 없다.
특히나 이 책은 파올리니의 소설 <에라곤>의 주인공 에라곤과 닮아있다.
멋도 모르고 용의 알을 줍게 되고 거기서 부화한 용과 교감을 이루는 모습은, 공룡전사가 되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떨어진 빈이 부상당한 타로를 발견하고 돌봐주며 교감을 하게되는 모습과 일치한다.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은 성장소설과도 같은 느낌이다.
평소에 소심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반항조차 못하던 빈이 공룡을 만나 교감을 하게 되고, 전사로서의
훈련을 받으면서 점점 자신감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세상을 살면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은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고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읽기에 분량이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만큼 지루하지 않은 전개와 재미가 있다.
환타지 소설하면 흔히 나오는 싸움과 전쟁, 그리고 죽고 죽이는 모습을 이 책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점도 매력이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언제나 과하게 드러나는 폭력적인 내용들과 설정들로 환타지 소설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점에서 엄마인 내게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조금은 뻔한 스토리 전개라 사실상 흔히 읽는 환타지 소설보다는 재미가 떨어지지만,
여러 평에서 보여주듯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환타지 소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이제 한 발짝 전지하고 있음에 그 의미를 두고 싶다.
아직 환타지의 세계에 빠지지 않은 아들에게 권해주고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