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원 글 <어젯밤에 뭐했니?>
저녁 준비를 하는데 작은 아이가 배가 고팠는지 이것저것 꺼내 먹습니다.
그래서 못 먹게 했더니 대성통곡하며 웁니다.
“엄마는 왜 내가 먹고 싶은 건 다 못 먹게 해. 엄마 미워!”
하면서 말이지요.
“은수는 엄마가 과자 못 먹게 해서 화가 났니?”
했더니 혹시나 주려나 싶어서 더 서럽게 울며 고개를 끄덕이더라구요.
사실 아이도 엄마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좋은 것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을요. 그렇게 때문에 그렇게 서럽게 엄마가 밉다고 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품에 안기는 거겠지요.
그래서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공감했답니다.
야채를 먹기 싫은 아이는 투덜대다 엄마한테 혼이 납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엄마의 실루엣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비추며 다리 부분만을 그렸습니다.
엄마를 쳐다 보기 싫은 아이의 시선이 머무른 만큼 아닐까요?
결국 아이는 엄마한테 혼나고 시무룩해져 방으로 들어가 인형과 나란히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그런데 작은 곰인형의 그림자는 커다랗게, 곰보다 헐씬 큰 아이의 그림자는 아주 작게 표현이 됩니다.
아이의 작아진 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곰은 어른만큼 커져 아이의 든든한 보호자가 됩니다.
숲 속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점점 지루해집니다.
곰이 물고기를 먹을 때, 그리고 잠이 들자 엄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잔뜩 몸을 움크려 곰 옆에서 잠이 든 아이는 다시 커지고, 곰은 작아집니다.
아이의 마음이 회복이 되었나봐요. 얼른 일어나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어두운 밤 달빛에 의지하여 노는 동물들의 그림이 실루엣처럼 그려져서 꿈을 꾸는 듯 신비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두웠던 그림이 노란색으로 환하게 물들며 밝아집니다.
글을 읽던 저와 아이도 함께 웃을 수 있었어요.
엄마가 미워서 집을 떠나고 싶지만 무서워서 나갈 수 없는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잘 대변한 것 같아요.
곧바로 엄마가 그리워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