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하는건가..? 하는 약간의 걱정이 앞섰지만
띠지에 광고된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감독의 작품이라고??
그렇다면 TV에 나왔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인가?
우리 아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근데 이름이 그때랑 다른거 같애, 이름이 빈이래” 하며 의아해했다.
아~ 책을 읽으며 너무 재미있었다.
공룡전사라는 설정.
과거에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었는데 (공룡이 살던 시대엔 사람이 안살았으니까.)
이 작가가 상상해낸 소설속의 배경은 바로 지금의 우리 시대가 대홍수로 인해 다 멸망하고 난 후
겨우 살아난 사람들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구의 대륙위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이기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가운데 커다란 대륙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작은 섬대륙이 배치된다는 것.
그때가 되면 자연친화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공룡을 교통수단으로 삼아 매연을 없애고
공룡을 길들여 공룡 배틀을 연다는 설정.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예전에 보았던 ‘쥐라기 공원’ 영화에서 호박 속에 화석이된 모기가 빨아들인 공룡의 피 한 방울을 가지고
과거 쥐라기 시대의 공룡들을 재현해 낸다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선 자연이 되살아나자 오래전 멸종되었던 공룡들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났다고 한다.
공룡이 멸종된건 아직도 여러 추측만 있으므로
어쩌면 인간이 나타나고 자연이 파괴되면서 멸종되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인간의 수십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사나운 공룡들을 길들여 서로 육박전을 벌이는 공룡배틀을 하려면
공룡전사가 자신의 운명을 함께할 공룡과 마음으로 통하는 교감을 나누어야한다.
이부분은 얼마전 보았던 ‘아바타’ 영화가 생각났다.
말이건 익룡이건 그 동물을 부리기 위해선 길다랗게 자란 사람의 머리끝을 동물의 교감통로?와 연결하여
교감으로 조종한다는 설정이었다.
이 책의 공룡전사는 우리가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심신을 진정시키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가부좌를 틀고 정신수양을 거쳐 교감의 강도를 높이는 훈련을 한다.
헌데 그 교감이 10세 이후에 나타나 20세가 되면 사라진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 어릴때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그래서 ‘북극으로 가는 기차’에서 어린이에게는 들리는 방울소리가 어른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 ‘Puff, the Magic Dragon’에서도 어른이된 아이는 더이상 자신의 용을 찾아오지 않는다.
이 책은 32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분량은 500쪽이지만 작게 챕터가 나뉘어져있어서 끊어읽기에 좋고
각 챕터 시작부분마다 그림이 연필화로 그려져있어 보기에도 좋다.
에필로그를 읽어보니 이 작가는 지금까지 단편 소설조차 한 번도 써본적이 없다는데
이렇게 분량이 많고 재미있는 소설을 써냈다는 것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아마 공룡 다큐를 위해 거의 3년의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공룡에 관한 이야기가 술술 나왔나보다.
빈과 타로의 끈끈한 우정으로 모든 배틀에서 우승할만한 자격을 주는 것에 이의는 없으나(소설이니까..)
정말 결승전에서 최종 승자가 되었을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미를 찾은 타로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화해를 지켜본 빈 팀이 아무래도 심적으로 안정되어 이기지 않았을까?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하는 입장인 지젝은 마음이 무거워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악착같이 우승을 염원하던 지젝이 승리하고 빈은 정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줬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다음 대회부터는 빈이 승승장구하여 전설의 영웅이 된다는 방향이 되겠지만..^^
우리 딸에게도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글씨체가 좀 더 컸다면 우리 2학년짜리 아들에게도 읽히고픈 책인데, 그게 좀 아쉽네…^^
-비룡소 연못지기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