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표지그림에 혹~해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 본 책이에요.
예쁘장한 아가씨가 그야말로 참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 엄마 젊으실 때 한복을 입고 찍었던 사진이 떠오르더군요.
그러다 그녀 앞에 왜 쑥과 호미가 담긴 소쿠리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
거울에 비친 모습이 그 여인의 뒷모습이 아니기에 이야기의 복선인가 하다가 뒷표지 그림을 보고서 이야기의 흐름이 짐작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아씨방 일곱 동무]의 이영경작가님의 책이라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기울었어요.
[아씨방 일곱 동무]에서 보았던 우리 전통미를 살리는 그림과 맛깔나는 글들처럼 이 책에서도 색다른 그림들과 문체로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콩숙이와 팥숙이]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우리 옛이야기 ‘콩쥐팥쥐’를 새로이 각색해 구성한 그림책인데요…
그야말로 여리고 착한 콩쥐와 드세고 심술궂은 새엄마와 팥쥐 이야기가 먼 과거에서 현대 1950년대쯤, 어렵고 힘든 보릿고개 시절로 거슬러 올라와 있습니다.
원전에서처럼 권선징악의 주제를 살리고 그 배경이 되는 시절에 맞추어 이야기와 그림 구성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1950년대를 사는 콩쥐와 팥쥐는 그 시대에 흔했던 이름 ‘숙’을 넣어 ‘콩숙이’와 ‘팥숙이’로 바뀌어 있어요.
태어나 얼마 안되어 엄마가 돌아가지자 아빠는 새장가를 들고 새엄마는 팥숙이라는 딸을 데리고 들어왔지요.
이야기 전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힘든 일, 궂은 일은 모두 콩숙이 차지이고 콩숙이가 어려움에 처할 때 머리 검은 소와 두꺼비가 나타나 도움을 준답니다.
그네뛰기 대회장에 참석했던 콩숙이는 엄마를 생각하며 맵시있게 그네를 타고.. 갑자기 내리는 비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달려갑니다.
그 길에 떨어뜨린 신발과 콩숙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버린 시장님.. (요 부분은 어딘지 좀 유치해 불편한 마음도…)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옛이야기에 이어 이 책에서는 콩숙이를 시샘해 팥숙이가 콩숙이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는 내용이 나온답니다.
전에 ‘넙떠구리 콩쥐이야기’ 공연에서 팥쥐가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짝이 다른 젓가락을 통해 억울한 사연을 밝힌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에 없던 내용이지만.. )
이 책에서도 팥숙이가 콩숙이로 변장해 콩숙이 행세를 하게 되는데 한동안 이 사실을 모르던 시장은 환생한 콩쥐를 통해 그동안의 음모를 밝혀 콩숙이와 다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결말부분에서 연못에 빠져 죽은 콩숙이가 아름다운 꽃으로 변하고 이웃집 할멈의 우렁각시가 되는 이야기는 다른 옛이야기 [심청전]과 [우렁각시]를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가 좀 지루하게 늘어지는 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통해 기존의 옛이야기와 이 책의 차이점, 공통점을 비교하며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이 책의 재미라 꼽을 수 있는 것은 옛 물건들과 소품사진자료를 가지고 새로 구성한 꼴라주와 스텐실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그림들이에요.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 작가가 직접 옛 물건 가게나 박물관 등지, 전시회 등을 다니며 자료를 모으셨다고 하는데요…
처음 썼던 것처럼 이책의 그림들은 엄마의 오래된 앨범을 들여다 보는 듯 친근한 부분이 많답니다.
아이들보다는 아이들보다 한 세대 앞선 우리 세대에게 더 관심이 가고 정감가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한참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어떤 어려움도 지혜롭게 헤쳐 자가는 콩숙이라는 인물을 만나보고 그 인물의 주변 이야기들에서 흥미와 색다름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줄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