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하고 있다. 컬링. 어둠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그저 우리 눈에 띄지 않은 녀석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구장창 이론만 늘여놓는 고시생 추리닝, 황금보, 남들 때릴 듯 한 묵직한 몸의 소유자 산적, 삐쩍 마른 멸치 같은 몸이지만 의리는 꽉 찬 며루치, 서인용 그리고 지금까지 별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차을하. 이들이 하는 행동은 돌을 던지고 웃긴 자세로 빙판을 연신 빗질하는 일로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컬링을 통해 우리에게 한방 먹이고 있다.
차을하는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온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복도청소시간 사건으로 산적과 며루치에게 주시당해 햄버거를 뇌물로 ‘컬링’이라는 걸 접하게 된다. 아프고 힘들지만 컬링을 하는 내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겉모습과는 다른 산적의 아픔과 성인용 며루치의 진지함을 알고 컬링에 빠지게 된다. 중3때 컬링경기를 보고 웃어재꼈지만 지금 그는 컬링선수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10월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 산적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려 누명을 쓰게 되고 힘없는 차을하와 며루치 그리고 추리닝은 힘만 믿는 사회에 정면승부를 내건다.
컬링. 처음 제목을 보고 ‘컬링이 뭔데?’ 하며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백과사전의 말을 빌리자면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하우스)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이다. 다른 동계스포츠와 달리 별 인기가 없는 종목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저 컬링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건과 인연까지 연관시켜 땀을 쥐고 배를 잡고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청소년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이가 봐도 될 책.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별 흥미 없던 컬링을 확 구미가 당기게 만들어준다.
3명의 학생과 한명의 어른이 컬링으로 재미를 찾아갈 시간, ‘제 2의 김연아’라 불리는 차을하 동생 차연화는 꿈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 엄마의 강력한 명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피겨를 해왔지만 어느덧 사춘기에 이르게 되고 피겨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만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5만원이나 주고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고 돈으로 수다를 떨다니…….한참 꿈 많고 우정에 목말라 있는 시기에 오직 피겨를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친구 없이 오직 연습에만 매진하는 연화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지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다행이도 오빠와 오빠 친구들과 전지훈련도 가고 지내다 보니 훌쭉한 몸과 마음도 넉넉해지고 다시 활기를 되찾았지만, 만일 차을하가 없었으면 연화는 모든 일을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 버리지 않았을까.
사람이 말보다 표정으로 압축하듯 주구절절 긴 말보다 이 책은 단 한마디 말로 끌어당긴다. 교훈 있는 말을 줄줄 설교하듯 말하지 않는다. 그저 툭툭 내뱉는 짧은 한마디 단어가 와 닿는다. 루저의 스포츠인 컬링을 하고 있는 아이들 그들은 시작에 중요한 이유를 들지 않았다. “컬링을 왜 하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지금의 성취감을 모두 담아서 말한다.
“그냥”
그냥 그들은 하고 있다. 남들에게 별 특징 없는 아이들이 특징 없는 스포츠를 통해 특징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다. 왜?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