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슬플 땐 매운 떡볶이
지은이 : 강정연, 출판사 : 비룡소 를 읽었다.
산하와 솔희는 아파트 아래위층에 사는 베스트 프렌드이다. 산하엄마와 솔희네 엄마도 대학 때부터 절친한 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아무리 베스트 프렌드라고 해도 이야기가 시작되는 초반부터 산하는 자기네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학교 갈 준비를 해서는 아래층 솔희네로 내려와서 아침밥을 먹는다. 그것도 친 이모도 아닌데 솔희네 엄마를 다정하게 이모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산하엄마가 그렇게 부르라고 한 것이고, 산하엄마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기 때문에 솔희네 엄마가 밥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순간 씩씩해 보이던 산하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까이서 챙겨주는 솔희네 엄마가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하는 아침마다 자전거 뒤에 솔희를 태우고 등교를 한다. 6학년인 둘은 다섯 살 때 산하가 솔희네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구 년째 단짝친구로 지내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있고, 산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솔희와 솔희네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산하와 솔희에겐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 아니 치명적인 비밀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흰 양말’과 ‘앵란!’ ‘흰 양말’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말하면 솔희가 무척이나 화를 낼 듯하니까 궁금하면 직접 솔희에게 물어보고, 대신에 ‘앵란’만 밝히고자 한다.
‘앵란’은 산하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영화배우 ‘엄앵란’을 좋아해서 산하에게 지어준 이름이란다. 하지만 엄마가 반대해서 산하라고 정하긴 했는데, 아직도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앵란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에게도 별명이 있다. 한 때 허리 근처까지 긴 생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친구들은 ‘라푼젤’이라는 예쁜 별명을 지어주었다. ‘점탱이, 데굴이, 사슴, 땡땡이, 유카이’등 재미있는 친구들의 별명도 있다.
나도 산하와 솔희처럼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 (작가 선생님과 요즘 친구들이 쓰는 줄임말로 다음부터는 ‘베프’라고 줄여 말하겠다.) 처음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진 채윤이와 지우, 그리고 4학년 때 알게 된 초록이다. 그 동안 우리는 체험활동과 여행도 많이 다녔고, 생일파티와 학예회 준비도 같이 하면서 우정을 과시한 단짝친구들이다. 화장실도 같이 가고 취미도 맞아서 방과 후 활동도 같이 하며 집에도 자주 데려왔다. 하교할 땐 같이 내려와 분식점이나 빵가게에서 떡볶이와 빵도 사먹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그네와 미끄럼을 타고 실컷 놀다 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채윤이가 우리 집에서 버스로 50여분 걸리는 청라지구로 이사 가면서 우리는 학교에서만 시간을 보낼 뿐 하교 후엔 다함께 뭉쳐서 예전처럼 놀기가 쉽지 않다. 솔희는 아빠 직장 문제로 2년만 부산에서 살다가 다시 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사 갔지만 채윤이는 영영 이사 갔다. 그래도 다행히 먼 거리는 아니어서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버스 타고 가면 된다. 중학교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이사 가는 바람에 아쉽게 됐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솔깃한 정보를 얻었다. ‘이별 여행’ 산하와 솔희는 헤어지기 전에 정동진으로 이별 여행을 계획한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간 ‘정동진역’으로 말이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인데, 청량리역에서 밤11시 무궁화호 기차를 타면 새벽 4시 40분에 정동진역에 도착하고 기다렸다가 일출을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이다.
산하 말대로라면 일출을 보기 위해 어딘가에서 하루를 묵거나 기다려야 하는 비용과 수고와 위험이 없다는 결론이다. 정말 완벽한 여행 코스인 듯하다. 비록 둘만의 이별 여행을 계획했던 산하와 솔희는 어른들이 알게 되면서 산산이 부서졌지만 난 다르다. 부모님과 베프와 같이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금은 시험에 학원에 학예회 준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비교적 한가한 12월에 갔다 오기로 약속했다. 각자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몇 개월 후면 헤어지게 되는 베프들과 계획대로라면 이별 여행이 아닌 낭만여행이 될 듯하다.
나의 베프들과는 헤어지더라도 생일날만큼은 모두 만나서 함께 케이크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다 해도 산하와 솔희의 우정처럼 나의 베프들과의 우정도 영원할 것이다.
‘슬플 땐 매운 떡볶이’ 이 책 제목처럼 12월의 어느 날 정동진역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우리의 변치 않는 우정을 맹세하고 소원 한 가지도 빌 것이다. 그리고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붉으락푸르락 빨개진 얼굴로 기념사진도 남길 것이다.
곁에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읽으면 우정이 더 돈독해질 멋진 책이다. 나의 베프들인 채윤, 지우, 초록이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