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2011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것과는 안 어울리게 제목부터 시크하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컬링’이라는 동계올림픽 종목을 하는
고교생들의 성장담을 담은 이야기이다. 시크한 제목이지만, 그게 바로 고교생들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뭔가 이유를 기대하고 물어보면, “그냥요.”로 일관하기 일쑤이니까.
제 2의 김연아로 촉망받는 동생의 간식 식부름과 집안일을 하며
서울로 전학 와 왕따에 세상 살기 싫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고교생 차을하.
그는 학교에서 비질 한번 제대로 했다가, 며루치와 산적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들에게 함께 컬링을 하자고 캐스팅된다.
컬링이 뭔지도 몰라 컬링 동호회에 가서 구경도 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정작 컬링을 왜 해야 하는지, 이런걸 왜 하는지 항상 의문이 드는 을하.
컬링에 열심인 며루치와 산적에게 물어봐도 항상 “그냥”이라는 대답뿐.”
아니면 그냥 좋아서, 설레여서…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뭔가 새로운 대답이 나올까 했지만, 여전히 “그냥” 이라는 컬링을 하는 이유들.
그게 바로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청소년들의 시크하고 무언가에 깊이 관심이 없어보이는 모습들 사이에도,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민과 어려운 환경이 있다.
피겨선수인 동생을 위해 아빠의 직장이 있는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온 을하네 집.
주말부부인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에게 올인하는 엄마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든 을하가 컬링에 얼떨결에 입문하면서,
알고보니 유망주인 동생도 심적인 고통이 많은 아이란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한 번에 5만원짜리 상담 시간에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오는 동생 연화,
갑자기 집을 나가기도 하고, 오빠가 전지훈련을 가는 데 따라나서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해 간다.
또한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둬야 했던, 며루치와 산적에게도 힘있는 자(남궁최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고, 아이 셋을 놔두고 도망가 버린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산적도,
사는 게 그리 녹록치 많은 않은 아이들이다.
이런 힘든 현실 속에서 컬링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돌파구가 된다.
어렵고 힘들지만 컬링 때문에 전지훈련을 견뎌내고,
그들의 목표인 컬링 대회에 나가기까지, 이 책은 컬링을 통해 세상으로 점점 더 나아가는 을하와,
가슴 뛰게 하는 컬링 때문에, 성장해 나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현실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감사함을,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의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