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꼭 무언가를 할때 이유를 달거나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냥 할때가 더 많다.
그래서 누군가 ‘너 왜 그랬어?’ 하고 물으면 ‘그냥’이라는 참 애매모호한 답을 하곤 하는데
그게 듣는 사람은 알아서 들어도 되고 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답할 수 있는 정답이 아닐까?
특히나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어른들은 꼭 무엇인가가 되라고 말하지만 사실 어른들조차 그냥이라고 말할때가 더 많지 않은가!
소외받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이 컬링이라는 역시 사람들에게 별 관심없는 스포츠에 매달려
자신들만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꿈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는 흡입력 있게 독자를 끌어 당긴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스케이팅의 유망주인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주인공 차을하는
어느날 컬링이라는 도무지 스포츠같지 않은 스포츠에 자신도 모르게 점 점 빠져들게 되고
자신을 컬링이라는 동호회 무리에 끼게 만든 며르치같은 서인용과 덩치가 산만한 산적 강산 역시
친구들에게 끼지 못하고 소외받는 무리들로 서로가 비슷한 처지란 사실을 알아 본 건지도 모른다.
이 세명의 아이들을 따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그 아이들의 세상엔 셋만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소문만 무성한 추리닝을 걸치고 개똥철학을 이야기하는 존재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기대를 주는 인물은 알고보면 별거 아닌 존재지만 그 또한 이야기의 감초같은 역할이랄까?
어른들도 없고 친구들도 없이 차을하, 서인용, 강산 이렇게 세 아이들이 끌고 나가는 이야기속에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먹기에도 좀 걱정스러운 삼각김밥은
무엇이 되기보다 그저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다 그냥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
그렇게 컬링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의 그것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주부들은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냉장고에 있는 것이라면 하루이틀은 괜찮다고 말하는것처럼
올림픽종목에 버젓이 들어 있는 스포츠 게임이면서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관심 받지 못하는 컬링을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담아내듯 그렇게 과감히 도전해 내는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또한 집안의 꿈이며 엄마의 전부인 여동생의 방황과 갈등을 오빠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
제자리를 찾아 가게끔 만드는 스토리 전개 또한 참 짜임새 있게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부딛히고 참고 견디며 스스로 답을 찾는 책속의 아이들을 보며
아무도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더 필요한 부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이건 부모의 바램대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앞으로의 세상은 절대 만만치 않을것이므로!
자신에게 불리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강산의 모습에서
세상과 타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비겁한 행동에 맞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친구를 위해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차을하와 서인용의 모습에서도
그냥 컬링을 한다고 소신있게 말할 수 있는 진실된 용기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