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도시 NO.6”
처음 책의 뒤편에서 이 문구를 보고 나는 망설임 없이 무한도시를 집어들었다.
이 책은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선택된 존재만 거주할 수 있는 도시 no.6에서도 최고의 환경을 누리면서 살아온 “시온”과
그런 no.6에 대한 증오를 품고 내일에 대한 기약 없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네즈미”.
정반대인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고 서로 섞이는 이야기, 그것이 no.6의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no.6에는 여러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나온다. 시온과 네즈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개장수와 리키가 가란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관도 흥미로웠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오히려 이들의 관계였다.
하나를 선택해야 하면 하나를 버려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시온이 짜증나면서도 시온을 놓을 수 없는 네즈미. 그는 스스로에게 4년전의 보답을 하는 것뿐이다. 라고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시온은 네즈미에게 남아있는 인간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서쪽 구역에서는 지키려는 것이 있으면 지는 것임에도 네즈미가 시온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신만을 위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곳에서 지낸 네즈미에게 시온은 인간에 대한 마지막 연민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어나갈 수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개장수와 리키가씨와도 협력하는 네즈미의 모습을 보면서 시온이 네즈미를 변화시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모였다고 네즈미는 말하지만, 네즈미에게 충고를 해주던 개장수의 모습이나 시온에게서 가란의 모습을 찾고 있는 리키가 둘 다 시온으로 인해 조금씩이나 변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시온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지키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가야 하는 서쪽구역의 룰에 따라 조금씩이지만 네즈미의 생활에 물드는 시온을 보고 흑과백 같은 시온과 네즈미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에게 녺아드는 모습은 나를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no.6는 이상향으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언제 어디서 사람이 죽을 지 모르는 무법지대이지만 서쪽구역의 삶이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no.6에서의 삶은 뭐랄까, 너무나 “완벽한” 삶이다. 너무 완벽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자들이 사람이 아니라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가란과 요민이 나누는 대화를 보았을때 그 이질감은 더해졌다. 그는 가란에게 말을 건 할머니를 밀고자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이 나에게는 섬뜩했다. 그 할머니에게 no.6는 완벽하지 않으면 안되는 도시인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되고 절망하는 사람이 생겨서도 안되는 그러한 곳. 요민이 말한 것처럼 이 도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대로 따르면 돌아오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no.6는 진정한 이상향이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 no.6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진정 어떠한 음모가 있는 것인지
그 진실을 시온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지만
4년전에 자신의 방에 네즈미를 받아들인 것처럼 시온과 네즈미 두 사람이 진정 그날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함께 헤쳐나가는 두 사람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