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는 하늘 아래서 동생보다 더 동생 같은 형, 가난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엄마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누나와 살아가는 강세풍을 만났다. <웰컴 마이 퓨처>의 주인공이다. 희망 바이러스가 사방으로 숑숑 날아갈것만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속의 세풍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작가는 청소년들에 대한 특유의 애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따뜻한 위로와 긍정이 메시지를 전한다 말을 하고 있는데, 내 맘은 썩 밝지가 않다.
강세풍. 공부를 잘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빽이 있는것도 아닌 녀석이 당당하다. 공부좀 못한다고 인생이 끝나는게 아니라는 걸 예전에 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녀석 좀 봐라. 처음 이 녀석을 만난게 이삿짐 포장이었다. 이삿짐 포장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일로 하고 있으니, 고등학생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고 있는데,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이삿짐을 이녀석 혼자 포장을 하고 있다. 단돈 3만원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때의 아주 짧은 행복을 안고 살고 있는 이 녀석에게 소망이 하나 있다. 다른 엄마들 처럼 꾸미지도 못하는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엄마가 조금만 편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좌판하나 놓고 장사를 하는 노점도 자릿세가 있고, 매월 월세도 내야한단다. 그돈을 내기도 빠듯할 정도로 엄마가 하는 김밥장사는 줄창 바닥을 치고 있다. 뭔가 다른것을 해야한다. 동네 어귀의 세탁소 할아버지. 보증금 500에 시설비 포함하면 1000만원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데…. 누이는 자신의 돈은 쓸 수 없다고 난색을 펴고, 세풍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그렇게 이녀석은 자퇴를 한다. 분명 엄마는 말렸다. 하지만 그게 말린걸까? 인생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그가 이삿짐센터 배달, 구슬 꿰기, 식당 배달원 등을 경험하며 겪게되는 세상은 쉬운것이 하나도 없다. 어쩜 그리도 이 어린 아이를 이리 치고, 저리 치게 만드는지. 세상이 다 그렇고 그렇지 하고 넘겨버릴까? 내 아이가 아니니 괜찮아 하고 넘겨버릴까? 얼마전에 코리아 갓탤런트라는 프로를 통해서 심금을 울렸던 청년이 있었다.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노래로 가슴을 타게 만들었던 그 친구가 생각남은 현실의 삶이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풍 주변엔 속이 터지다 못해 단잠잘때 한대 때려주고 싶은 어른들이 너무나 많다. 나이롱환자 행세를 하며 외상 음식값을 떼먹는 사기꾼에, 그에 더하여 외상값을 못 받아 오면 아르바이트비에서 음식값을 깎아 버리는 주인, 무조건 시간 내에 물건을 배달하도록 속도위반을 강요하는 악덕 사장까지, 돈 떼먹고, 불법 아르바이트까지 종용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못나다’. 제대로 대우해 주지 못하면서 10대 노동력을 이용해 먹는 나이롱 가짜 어른들의 모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0대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욕심으로 상처까지 받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학교 안에 갇힌 10대들이 아니라 오늘도 배달 가방을 오토바이에 싣고 목숨을 담보로 도로를 활주하는 아슬아슬한 10대들. “저놈들, 교통법규도 모르는 놈들”이라는 어른들의 핀잔을 들어야 하는 존재들이 아닌, 하루를 ‘연명’하면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일구어내는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10대들. 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수 없다. 내 눈에 보이는 암담함이 다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앞을 알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말이다.
10대에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삶을 향해서 치열하게 나아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지금은 세풍도 모를것이다. 하지만 달려나갈 것이다. 꼴찌면 어떤가? 아무것도 할수 없을것 같은 삶에 지쳐있다고 해도 다는 아니다. 이 녀석에게는 젊음이 있으니까 말이다. 날개를 펴고 날아가길. 독수리의 날개처럼 굳건하게 만들어 하늘을 훨훨 날아가길… 5년후, 10년 후 세풍이의 인생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