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지적 장애를 가진 형과 누나, 엄마와 힘겹게 살아가는
세풍은 어린 아이같은 형을 대신해 엄마일도 돕고 집안일을 하고 틈틈히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근근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장사도 잘 안되고 다리마저 불편해서 혼자 살림을 꾸려가기에 벅찬 엄마를 보며
고민하던 세풍은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너무 힘들다고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고 투정부리지도 않는 밝은 아이였지만 사회적으로 약자인 세풍에겐
너무도 버거운 세상이었다.
이삿짐센터, 구슬 꿰기, 식당 배달, 안주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엄마를
도와 열심히 살려는 세풍의 마음과 달리 차갑고 냉정하기만 한 세계였던 것이다.
아니 세풍을 대하는 어른들의 어른답지 못한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기만했다.
‘꼴찌들이 떴다’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저자는 건설 회사,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 편의점 경영, 입시학원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치면서 끝가지 작가의 꿈을 놓치 않았기에 우리는 이렇게 세풍을 만날 수 있었다.
좌충우돌 세풍과 함께 울고 웃는 시간.
자신이 원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원망보다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일어서려
애쓰는데도 보이지 않는 걸림돌에 걸려 자꾸 넘어지기만 하는 세풍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찡하니 아려왔다. 제또래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고 또 세상을 알아버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돈번다고 나선 세풍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속상해하는 엄마의
쓰라리고 아픈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공부하라고 아이들에게 또 잔소리하는 내가 아닌가.
억울하다고 좌절하고 불평하는 세풍이 아니어서, 자기의 힘든 처지도 잊은채
기꺼이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세풍이어서 고마웠다.
세풍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는 담임선생님과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었고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세풍이 세우는 목표가 하나둘 늘어날때마다 그 목표를 그대로 이루어가는 세풍의
당당하고 멋진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