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패턴은 학교-학원-집이다. 나도 그러고 내주위도 그렇고 이게 일상생활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기만 할까?
이 책 주인공 ‘장세풍’의 패턴은 나와 다르다. ‘배달-집-구슬 꿰기’ 학교는 가정환경상 중도에 그만두어야 했고, 25살이지만 어린이 tv나 좋아하는 바보 같은 형이 하나 있고 아빠 없이 셋을 키워낸 관절염에 걸리신 엄마가 계시고 좀 모자라지만 보탬이 되기 위해 돈을 버는 누나가 있다. 가정환경은 어둡기만 하고 학교에서도 공부 못하는 꼴통이지만 장세풍의 나날은 언제나 맑음이다. 선생의 무자비한 체벌에 손을 들어 따지고, 만날 남 괴롭히는 패거리 혼내주고, 헤헤 웃으며 할 말 다하는 미워할 수 없는 꼴통이다. 그런 꼴통이 학교를 나와 사회에 들어가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데 어두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웰컴 마이 퓨처’는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는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유머 책처럼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장세풍’이란 녀석을 통해 나와 상반된 패턴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 청소년이 무슨 엄청난 일에 휘둘리는 게 몇몇이나 될까. 그런 엄청난 일보다는 소소한 일상, 사고가 더 많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이 책에는 엄청난 일 대신 이삿짐센터 배달, 구슬 꿰기, 음식점 배달 등 실제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위해 하는 알바가 나와 더욱 현실적으로 비쳐주었다. 낡은 오토바이를 주면서 시간 내에 안 지키면 봉급을 깎겠다고 하고, 외상값을 안받아오면 죄 없는 알바생의 시급에서 깎고, 빨리 갖다오라고 재촉해 사고가 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고 변상해달라고 하는 악덕주인에게 시달리는, 최저 시급 4320원 알바 생들의 암울한 나날이 그대로 인쇄됐다. 세풍이가 배달을 가다 뺑소니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질 때, 치료비를 줄망정 손해를 입었다며 이백만 원을 달라하는 적반하장 사장, 자신이 외상으로 샀으면서 시치미를 떼고 화를 내는 아저씨가 나올 땐 막말을 뿜어대고 싶었다. 가벼움 속에 살아있는 묵직한 깊이 덕에 경쾌하게 읽었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긍정적으로 끝내 청소년 소설의 전통,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것. 너무 위기부분이나 패거리들의 복수가 쉽게 끝났다는 것이다. 이 책에 긴장감이라는 소스가 더 녹아든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을 텐데…….
청소년의 자살은 하루에 2~3명꼴로 심각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큰 문제이다.
“학교에서 애가 자살했대.”
“어머 어쩌다가.”
하고는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집단으로 자살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자살1위는 ‘성적비관’ 전교 1등이나 전교 100등이나 제 성적이 맘에 안 들면 뛰어내린다는 결론이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나의 몸은 떨어지고, 정신은 이 세계와 안녕하고, 사람들은 잊어간다. 그런데도 그걸 시행했다고 하는 건 그만큼 고통스럽고 누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세풍과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전교 1등 엄친아 ‘마성준’이 있다. 아들을 판사로 만들려 갖은 구속을 시키는 엄마 덕에 밀랍인형처럼 움직이던 성준 이는 결국 세상과의 끈을 놓고 말았다. 직접적으로 제시되어 있진 않지만
‘마성준이 우연지와 함께? 바보 같은 놈, 바보같은놈‘
이 구절에는 이미 눈치 챘다. 살아가면서,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가정환경이 어려워도 밝게 사는 세풍이가 있고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억압에 답답해해 결국 비관해하며 자살을 선택한 성준이. 성적 때문에 암울해 하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 네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니? ‘ 만일 그 학생들이 “응” 이라고 답한다면 학교를 나와 세상을 제대로 봐봐. 라고 충고하고 싶다. 세상을 제대로 봐 세풍이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 그 아이들은 여전히 세상과의 끈을 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