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을 사주러 인터넷 서점 등의 유아 책 베스트셀러 등을 검색하다보니 이모의 결혼식이라는 책이 눈에 띄더군요. 안 그래도 여동생이 결혼을 아직 안하고 있어서, 그 책을 사줘볼까 했다가, 아이가 이모는 왜 결혼 안해? 라고 안 그래도 결혼이 더뎌지는 여동생 가슴에 비수를 꽂지는 않을까 싶어 동생 결혼 이후로 책 사기를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읽게 된 엄마의 여행 가방, 글과 그림이 너무 좋아 작가 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이모의 결혼식의 작가 작품이더군요.
아이와 부부, 이렇게 세 가족이 오손도손 멕시코에 다녀온 여행기가 그림책으로 완성이 되었어요.
엄마 아빠가 여행을 무척 좋아하나봐요 신혼여행도 1년이나 다녀와서 책으로 만들기까지 하였다네요. 멕시코 민박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깊이 정이 들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그림이 하도 정감있고 자세해서 보는 맛이 더해졌어요. 정말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기분과 화려한 색감에 아이들 눈을 쏙 고정시켜버리는 효과까지두요.
멕시코의 마지막 날 가족은 멋진 결심을 합니다.
우리는 오늘,
마지막으로 밤이 샐때까지 멕시코 거리를
걸어다니기로 했어요.
날을 샌다는 것 자체가 틀을 깨는 느낌이라 신선한데, 타지에서 밤새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다음 이야기를 접하니
“으악! 내 가방. 내 분홍색 가방 못 봤어?”
라는 엄마의 비명이 더해져 그날의 계획의 무산되고 말았지요. 여권 및 중요 물품이 다 들어있는 그런 가방이라는데 말이예요.
여행을 나가면 정말 여권이 너무나 중요하지요. 여권을 잃어버려본적은 없지만 혹시나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사진도 따로 준비해가고 그러긴 했는데 막상 잃어버리게 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사실 저도 덜렁대는 성격인지라 여권 등의 중요 물건은 되도록 신랑에게 맡기는 편이예요 깜빡깜빡 건망증도 심하고 덜렁대기도 하고.. 꼼꼼한 신랑이 저보다 중요물건은 더 잘 챙기는 것 같아요.
민박집에 도로 돌아와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다시 가방을 찾아다니기로 했는데 주인집 콘치따 할머니는 아이에게 걱정 인형이 든 상자를 보여줍니다.
걱정이나 소원을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자는 동안 인형들이 내 걱정들을 다 가져가고 소원을 들어준대요.
와.정말 좋은 인형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모 보험회사에서 걱정인형을 홍보하면서 마케팅하는 것을 보았는데 원래 멕시코 등지에서 있던 문화풍습인가봅니다.
아이를 달래는 할머니 너머로 거실에서는 걱정스러운 엄마 아빠가 전화로 여기저기 알아보는 모습이 보여요. 정말 사실감 있는 동화였답니다.
그리고 가방을 찾아 어제 다녀본 곳들을 다시 다녀보기로 하는데 화가 프리다 칼로의 집, 디에고 리베라 아저씨 집부터 시작해 각종 가게들, 그리고 막대사과를 사먹었던 시장까지.. 무덤들이 있는 곳도 가고 점심을 먹었던 바로 그 식당까지 갔어요
가방을 찾지 못하면 고양이들도 못 만나고 파티도 못하고 한국에도 못 돌아오는데 어떻게 될까요? 음 사실 가방을 못 찾았더라도 여권을 다시 발급받아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돌아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겠지요. 어쨌거나 가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말 아이와 함께 눈으로 하는 그림 여행이 이렇게 즐거울지 몰랐어요. 직접 여행을 다녀온듯한 생생한 그림이 사진보다도 훨씬 더 잘 와닿았구요 아이도 눈을 빛내며 보더라구요. 아이와 해외여행이라곤 딱 한 군데밖에 못 가봤는데 아이가 세살 때 다녀온 곳이라 잘은 기억을 못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겠지요. 해외에 나가서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재미나게 누비고 다닌 아이의 경험담, 민박집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감칠맛 나는 재미난 여행그림책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