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심장을 대신할 수 있는게 있을까?

연령 18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10월 15일 | 정가 9,500원

 

죽을뻔한 사람을 사이보그로 만들어 살려내서는 마치 불사조인양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있다.

악당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강력한 힘으로 제압해 통쾌함을 주었던 육백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 등등,

그런데 그들이 인공 장기의 대금을 수납하지 못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아니 대금이 연체된 장기를 회수하기 위해 리포맨이 그들의 장기를 떼어가 버린다면 또 어떨까?

 

미래 세계 어느 시대는 이렇듯 인간의 장기를 대신한 인공장기를 대여해 주는 사업이 번창을 하지만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즉각 리포맨이 출동해 그 사람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인공장기를 회수하고 만다.

마침 주인공은 바로 그런 임무를 맡고 있던 리포맨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망자가 되어 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아파트에 숨어 살면서 자신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타이프치는 리포맨,

 

그는 아프리카전에 참전해 탱크를 몰았으며 유니언이라는 인공장기 회사의 유능한 리포맨으로 활약하며

다섯 여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하며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삶을 산다.

그러다 자신의 심장이 인공심장으로 대체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떨림 현상이 심해져 일을 하지 못한채

인공심장의 대금이 연체되어 오히려 자신의 절친인 리포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버려진 아파트에 몸을 숨긴채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그의 앞에

그와는 상반되게 심장을 제외한 온몸이 인공장기로 대체되어진 보니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자신처럼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도망자 리스트1위에 올라 있는 보니와 그의 만남은 숙명인걸까?

리포맨으로써 장기를 회수하며 한치의 죄책감도 없던 그가 오히려 인공심장을 달고 죄의식을 느끼고

온몸이 암세포로 번져 사이보그가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심장만은 멀쩡한 그녀를 만나

둘은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난듯 서로가 하나의 완성된 퍼즐처럼 여기며 함께 도망하게 된다.

 

아마도 아프리카 전쟁을 치르며 그의 진짜 심장은 이미 사람의 죽음앞에 무뎌져 버렸는지도

아니 그가 사랑했던 아내들과 이혼을 하고 대금이 연체된 장기들을 하나둘 회수하면서

급기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엄마인 아내의 장기를 빼내는 비인륜적인 심장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륜을 저버린채 오로지 자신의 한몸을 지켜내고자 살아가고 있었던 그에게 인공심장은

오히려 인간으로써의 도리를 깨우쳐 자신이 마지막으로 사랑한 보니를 지키고자 하지만

진정한 인간의 본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위해 진짜 심장을 주고 떠나는 보니의 마지막 장면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오헨리의 단편을 떠올리게도 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다.

 

고장난 우리 몸을 대신해 인공장기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만 의존해서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인공장기의 노예가 되어 인간으로써의 삶을 저버린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이건 그것이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고 후회하기 마련인 우리의 삶을 돌아볼때

우리의 심장이 아직 뜨겁게 뛰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며 진심을 다해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이야기랄까?

하지만 이런 미래는 결코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