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 가깝게, 혹은 멀게 아픈 이들이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조금만 더 나은 의료기술로 지금
그 아픈 부분을 말짱하게 고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고 들 것이다.
그런 우리의 바램처럼 [리포맨]이 보여주는 먼 미래엔 아프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길 혹은 숨어서
장기 밀매로 수술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것이 사고 팔 수 있는 장기의 기기화, 특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아프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 몸의 모든 부분을 많은 장기 대여회사로부터 색깔, 기능별로 골라서 받고 할부금만 내면 되는
것이다. 비록 할부금 내는 그 기간이 조금이라도 지나 “연체”라는 딱지가 붙게되면 내야하는 이자가 높아지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리포맨이 쫓아오게 되지만 말이다.
리포맨이라는 장기 대여회사로부터 연체자들의 장기를 떼오는 일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쟁에도 참여해보고
많은 사랑도 해봤지만 마음에 들지않는 밋밋한 삶보다는 누군가를 쫓아다니는 사냥의 개념으로 이 일을 선택한 그에게 후회는
없다. 좋아서 혹은 필요해서 장기를 가져갔으니 당연히 할부금을 갚아야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지구끝까지 쫓아가서 그들이
가져간 장기를 가져오는 것이다.
친구 제이크와 레벨 5라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 그에게 당연했던 자신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 그러다 만나면 안 되는 장소에서 만나게 된 전 부인. 그리고 자신의 아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언지 깨닫게
된 그는 도망자가 되버리고 최고의 리포맨들에게 쫓기며 아들에게 남길 이야기들을 적어가게된다.
그가 아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도망치다 만나게 된 보니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는 얘기를 하며 금속엄마에게서 아이는 생기지 않을거란 자조섞인 말을 하게된다.
심장만 원래 그대로인 그녀는 인간일까 금속일까?
A.I나 아이 로봇에서 보여주는 기계의 인간화와는 또 다르게 [리포맨]에서는 인간의 기계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면 교체 가능해진 인간의 몸, 언제까지고 여러 기능으로 교체하며 쓸 수 있는 몸이라면 오래 살 욕심에 마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할 부분이 어느 곳이 될까?
왠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데이 브레이커스”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자신이 살려고 다른 인간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게 된 끔찍하게 변한 인간들.
“평생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문구속에 숨어있는 잔인한 면을 알지못하고 너나 할 것없이 장기 교체하는 이들의 비참한 최후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곁에 주어진 “..보장”이라는 당장 보이는 달콤한 말에 속아 덥썩 받아들인 일들이 자신의
인간성이나 다른 인간들의 존엄을 뺏는 일이될지라도 계속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신 기기들이 영화로는 어떻게 보여지는지, 영화로도 나왔다는 [리포맨]이 보여주는
결론은 어떤지 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