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만불의 사나이’ , ‘소머즈’ ..
어린 시절 재미나게 봤던 외화 시리즈였다. 눈, 귀, 팔, 다리 의 일부를 인공장기로 바꿔서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수 없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 내고 했던 마술사와 같던 존재들이다.
이책에서는 인공장기로 갈아타는 일이 식은 죽 먹기다. 의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인공장기를 이식하여 죽음직전의 사람들을 살려내고, 노화로 인해 잃었던 아름다움을 순식간에 되찾아 할머니 피부가 팽팽하다 못해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순식간에 변하고..
절대로 죽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미래에 오로지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있다.
돈이 없어 인공장기를 이식하지 못하거나, 인공장기 대금을 갚지 못해 리포맨으로부터 인공장기를 뜯기는 사람들.. 오로지 이 사람들만이 죽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리포맨이 인공장기를 회수할 때 난 그냥 장기를 떼어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장기는 그냥 무지막지 하게 그야말로 뜯겨지는 것이고 장기가 뜯겨진 사람들은 메스로 갈라져 파헤쳐진 그 몸 그대로 죽음을 맞는 것이다.
몸서리쳐지는 미래다. 무서운 미래다. 이런 미래는 절대 맞고 싶지 않다. 지금도 인공장기는 상당히 고가다. 인공장기가 아니라, 특효약이라는 것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보통사람들은 그 긴 투병기간동안 도저히 치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몸 어느하나 인공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는 미래에도 돈이 없으면 그냥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미래라면,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것이 차라리 영광일 듯 하다.
가정에서 쓰는 각종 전자제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나오고,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다. 그다지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신상이 나오면 있는 사람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고 갈아치운다.
미래에는 이런 소비행태가 인공장기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진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은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암시장을 통해서 이식을 받기는 하지만, 소위 말해 A/S도 잘 되지 않고, 부작용도 있다.
잔인하고 생명의 존엄성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한 이 소설에서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생긴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건너다가 그냥 바퀴에 깔려 뭉개져 버리는 산짐승이나, 개, 고양이 등과 돈이 없어 아무데서나 몸이 파헤쳐진 채 인공장기를 회수당하는 사람들이 뭐가 다를게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소중함?.. 이런 것들이 미래사회에서는 과연 남아 있기는 할 만한 가치가 될런지.. 남아 있어도 지켜져야할 가치가 될 수는 있는 건지.. 모를겠다.
마지막, 주인공과 보니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부분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존심이 아닐런지.. 마지막 남은 사랑이 아닐런지..
인공장기를 몸속에 넣기 전에, 광고문구 아래 아주 깨알같이 적힌 조건을 잘 읽어보시길..
“당신의 평생을 보장합니다. ………
……………….
단, 돈이 있는 분에 한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