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은 인간성의 감소와 정비례하는 것일까? 생명과학의 논쟁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질문에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한 주인공을 통해 과격한 답변을 제시한다. 바이오리포맨. 대여비를 지불하지 못하는 능력없는 인공장기대여업자들의 장기를 회수하는 일을 맡은 미래의 직업이다. 장기회수라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명을 회수하는 것과 같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돈을 잘 버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 뿐 양심의 가책이나 연민 따위는 없다.
레벨 5의 리포맨으로 활약하던 주인공이 사고로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인공심장을 달게되고 결국 다른 고객들처럼 함께 일했던 동료 리포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글을 쓰게 된다. 다섯번의 결혼과 다섯번의 이혼을 돌아보고 군대생활, 자신의 아들을 생각한다. 치기어린 자만심으로 리포맨이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들떠서 일했던 자신의 리포맨 생활과 레벨 5가 되기까지 열심이었던 자신을 기억한다.
리포맨으로 일한 주인공의 감성으로 쓴 내용은 읽는 사람들에게 감성이 메마른 자에게 보내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여러모로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제동을 건다. 그렇다면 인공장기를 몇 퍼센트 달고 있다면 인간일까? 인공장기를 많이 달고 있어도 인간의 감성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생명연장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과연 몇세의 수명을 만족해 할 것인가? 생명연장에 필요한 제반비용은 어떤 식으로 처리될 것인가? 이 책과 같은 인공장기 대여는 머지않아 가능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도피생활 중에 은신처에서 그는 보니라는 여섯번째로 사랑하게 되는 여자를 만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심장을 제외한 모든 장기가 인공이다. 그녀는 유니온사가 잡으려고 하는 순위 1위의 여자였다. 단 하나의 인공장기만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장기를 가지기 이전에도 인간성이라고는 없었던 주인공과 비교해서 보니는 차라리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인공장기의 대중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