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특별한 도둑이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특별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우리는 홍길동을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의적이라 부르는데, 제목처럼 아주 특별한 도둑이 아닐 수 없다.
제목과 표지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코믹하게 그려진 도둑의 모습처럼 책을 읽다보면 이 도둑 ‘마틴’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참 묘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도둑’을 생각하면, 빈집에 들어와 값진 것을 마구 훔쳐가는 나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마틴이 훔치는 물건의 목록을 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치약 몇 개, 세제 조금, 휴지 몇 개, 어쩌다 훔치게 되는 값진 물건은 몇 달 동안 관찰 끝에 주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고른다. 그가 이런 물건을 훔치게 된 것은 열아홉 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의 이혼, 혐오스러운 의붓아버지,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강요되었던 독립, 힘겨운 독립 생활이 지금의 그를 있게했다. 열아홉 살, 독립한 지 넉 달 째 화장실 변기는 완전히 콱 막혀 버렸지만, 배관 세첵제를 비롯한 생필품을 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기에 도와 달라고 할 작정으로 부모님을 찾아갔지만, 모두 외출한 탓에 캄캄한 창문을 보고 돌아서려 했지만, 아직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뭘 좀 먹기로 결심하고, 토스트를 해 먹고 필요한 생필품을 몇 가지 챙겨나오다 의붓아버지와 마주치게 된다.
도둑질이라 몰아세우는 의붓 아버지는,
“네가 도둑이 될까 봐 걱정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이건 너무 어설프잖아? 다시는 나를 속일 생각 마라. 너는 그럴 주제도 못 되지만 여하튼 나는 못 속인다. 알아들었냐?”
“속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예?” (본문 134,137p)
그렇게해서 시작된 마틴의 사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집때문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마틴은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는 늘 신중했으며, 남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마틴은 고객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동안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던 마틴은 클레이튼 부부의 집에서 칫솔을 변기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한다.
변기에서 건져 올려 제자리에 올려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신디 클레이튼이 더러운 칫솔을 사용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그녀를 그냥 배반할 수 없어 자신의 작업 철칙을 위반하고, 똑같은 새로운 칫솔을 구입해주려다 위험에 빠진다.
새 칫솔을 놓아두려다 옷장에 갇히게 된 마틴은 남편 앨런이 처음 데이트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 이유 없이 주는 장미 한 송이를 받고 싶다는 신디의 투덜거림을 듣게 되고, 위험에서 탈출하게 된 마틴은 철칙을 무시하고 앨런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틴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런 뜨거운 열정에 휩싸였다. (본문 151p)
그 후 마틴은 오랜 고객인 대니얼과 저스틴 애쉴리 부부 집을 방문하여 작업을 하던 차에, 저스틴이 남편 대니얼의 생일날 깜짝 파티를 주최하기로 했는데 친구인 로라가 날짜를 착각하여 선물과 함께 미안하다는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 것을 듣게 된다. 잘못하여 깜짝 생일파티가 밝혀지게 될 위기에 놓이자, 클레이튼 부부에게처럼 고객(혹은 친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마틴은 아무 의심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로라와 우정이상의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틴은 펄 부부네 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성폭행범인 클리브 대로우가 자신의 고객인 소피 펄을 다음 범행으로 삼고 있음을 알게 되고, 마틴은 다시 한번 소피를 구할 방법을 강구한다.
생계를 위해서 고객의 집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고도 있다고 말이다. (본문 226p)
마틴은 정말 이상한 도둑이다. 구 년을 한 집에서 도둑질을 하면서 들키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 고객들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그들을 도와주는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변기에 떨어진 칫솔 하나로 마틴은 그동안 지켜왔던 철칙을 무너뜨리게 되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친구 짐에게 조차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마틴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도 어려움을 느꼈는데, 상대방도 모르는 채 혼자 친구로 느꼈던 그 고객들을 통해서 마틴은 인간적인 면을 찾아가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만나지 못했던 친아버지와의 재회와 로라와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마틴의 삶을 깨뜨리게 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학구적이었던 그를 대학에 보내주지 않았던 의붓아버지와 어머니, 힘든 그를 감싸주지 않고 다그쳤던 그들로 인해 마틴은 고독, 외로움, 아픔을 갖고 있었고 강박증으로 표출되었지만, 마틴은 스스로를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마틴은 자신의 삶이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마틴이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말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기쁨을 이제 막 알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마틴의 모습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결말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 큰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마틴은 도둑일까? 아니면 안티히어로(나쁜영웅)일까? 내가 학창시절 홍길동에 대해 배울때는 홍길동은 의적이었다. 세대가 바뀌고 논술, 토론이라는 걔념이 중요시되면서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이었는지, 단순 도둑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는데, 이는 생각하는 사람들에 따른 견해의 차이로 보면 좋을 듯 싶다. 마틴도 마찬가지다.
소피는 마틴을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집을 몇 년동안 찾아오고, 결코 없어진지 몰랐던 물건이었지만 도둑질을 한 마틴을 결코 안티히어로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틴이 도둑인지, 안티히어로인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나는 마틴을 인간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나는 그가 거짓말처럼 말하던 소설가로서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가끔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가 있다. 옳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되돌아갈 용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마틴이 새로운 삶을 살 희망과 기쁨을 알게 된 것처럼, 우리는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을 안다면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음을 마틴은 보여준 것이다.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 긴잠감을 맛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도둑이지만 너무도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도둑 마틴. 그를 도둑이냐, 안티히어로냐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인간적인 성장에 촛점을 두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혹여 우리집에도 오랫동안 안 쓰고 있던 물건 중 사라진 물건은 없었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