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지 않으려는 도둑들의 노력이 [아주 특별한 도둑]에 나오는 마틴같다면 피곤해서 다들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미리 고객이라 정해놓은 사람들을 수개월전부터 따라다니며 그들의 생활패턴,스케쥴, 집안 내부, 그리고 무엇들이
있는지(오히려 주인보다 더 철저하게) 미리 알아놔야 한다 . 가져가고 싶은 물건도 제1원칙, 물건이 없어진 것을 눈치챌
가능성이 있다면 취득하지 않는다에 따라 “너무 고가는 아닌”그러면서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그리고 “잃어버려도 티가 안 나는” 물건을 찜해놔야한다.
그러니 왠만하면 이쯤에서 ‘도둑’이라는 걸 포기하지 않을란가?
그렇게 어렵게 찜해놓고도 작업 철칙에 따라 진짜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때까지 또 몇 개월을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마틴이 고객이라 이름붙여 논 부부들이 사는 곳에선 표시가 안 나게 소소한 물건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목욕탕 뒤편에 놓인 세제,비누에서부터 많이 쌓여있는 약(물론 내용물만 덜어내는 것이다.) 등등.
이런 시시한 물건들을 가져간다니… 생각해보니 우리집에서 마틴이 그 이상을 가져간다고 해도 알아볼 수는 없을 듯하다.
하긴 우리집에도 벌써 ‘한국의 마틴’이 왔다갔는지 언제나 물건들이 사라진다. 그것도 시시한 것들만…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않은 부분이 맘에 걸리며, 저 멀리 어둠을 뚫고 누군가가 “쯔쯔쯔”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살짝 찔리기까지하다.
매사에 냉정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마틴이지만 어느 날 고객인 신디의 칫솔을 변기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게된다.
그냥 올려놓는다면 아무도 모를 실수… 하지만 마틴은 자신의 수년동안의 고객이자 나만의 친구라 여기는
신디가 변기에 빠진 칫솔을 사용하게 놔둘 수는 없기에 갈등하게 된다.
그의 두번째 작업 철칙인 한 집에서 15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야만 하는 상황인것이다.
고객을 위할 것인가? 아님 오래된 규칙을 지킬 것인가?
굉장히 꼼꼼하면서 깔끔한 마틴, 자기가 털러가는 집 사람들의 마음까지 챙기는 그를 착하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오지랖이 넓다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얼떨결에 부부생활 상담사부터 시작된 그의 고객 사랑은 커지기만 하고,그럴수록 점점 바빠지기 시작한다.
한 고개를 넘기면 더 큰 고개로, 그는 점점 어려워지는 일을 해결해야만 하고, 그러다 자신보다 더 크고 나쁜
“진짜 도둑”이 자신의 고객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기상황에 빠진 고객과 그들을 지켜주려는 도둑 “마틴”이 드디어 만나야 하는 날이 오게된다.
한편의 코믹영화처럼 가볍게 시작된 [아주 특별한 도둑].
흔히 뉴스에서 만나곤 하는 도둑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도둑인 그를 우리가 응원하게 되는 건 꼬인 인생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드러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을 먼저 챙기는 그의 “서비스 정신”에 감명받아서일까?
직업으로 인해 모든 인생을 거짓말로 만들어내야하는 마틴이 어렵게 만난 로라와의 일을 어떻게 해결할건지 궁금해진다.
물건은 철저한 계획하에 슬쩍 잘 하지만 사람의 마음만은 어찌할 줄 모르는 마틴에게도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까?
도둑의 작업이 얼마나 외롭고 어려운지를 세세하게 알려준 매튜 딕스의 [아주 특별한 도둑],
이 이야기를 읽고난다면 모두들 “아!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도둑질보다 쉽고 안전하면서 친구까지 만들수 있는 거구나”하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중함과 가끔은 우리집에 뭐가 있는지 알아 볼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