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아주 특별한 도둑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11월 11일 | 정가 9,500원

이 세상에서 이렇게 멋진 도둑이 있다면 내 집 현관문을 느슨하게 열어놓고 싶다.

세제며 수건, 약간의 식품따위가 없어지는 것이 무슨 대수이랴.

무지막지한 성범죄자에게 목숨을 잃을뻔했던 소피의 말처럼 그는 내 인생의 수호자가 되어주지 않겠는가.

 

만 18세면 독립을 해야하는 미국사회에서 아직은 삶이 버겁기만 한 청년이 가난에 못이겨 제 집을 털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자신이 자란 집에 갔을 때는 단지 조금 도움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기를 뚫을 세제를 한 통 들고 나오다가 의붓아버지에게 들킨뒤 그에게 내뱉은 의붓아버지의 한마디는

그를 ‘아주 특별한 도둑’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가 되었다.

‘네가 도둑이 될까봐 걱정하게 될줄은 몰랐다….너는 그럴 주제도 못되지만…’

그는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엄마를 찾아갔다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세재한통만 들고 나온 것 뿐이었다.

독립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삶을 위해 일찌감치 사회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내모는 미국사회의 모순점도

문제였다. 더구나 경찰이었던 친아버지도 그를 돌보지 않았을 뿐아니라 그 후 수십년동안 그를 찾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서로가 사랑했다. 단지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마틴은 그렇게 도둑이 되었다. 그것도 얼치기 도둑이 아닌 철두철미한 프로 도둑이 되었다.

그의 준비성은 바늘 하나가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고 그저 한탕주의 막도둑이 아닌 고객리스트를 만들어

단골관리를 할만큼 철저한 CEO정신을 가진 멋쟁이였다.

도대체 작가가 도둑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했을 세세한 곳까지 파악하고 있어 전직이 의심스러웠다.

적어도 한번쯤 도둑이 되어볼까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런 그가 단골들에게 문제가 생기자 해결사로 나서게 된다. 이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도둑은 도둑일뿐 오바하지 말자!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 흐르는 따뜻함은 그제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완벽하게 숨어있던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단골들을 위험에서 구해내고 심지어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그 와중에 만난 로라와 사랑에 빠진 마틴은 이제 자부심을 느꼈던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사건을 만나게 된다.

생전처음 사랑을 느낀 여인은 과연 이 ‘아주 특별한 도둑’ 마틴을 용서하고 안아줄 것인가.

 

첫 몇십 페이지는 참으로 지루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렇게 철두철미한 도둑의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나열해야만 하지?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부터 도저히 이 도둑의 활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심코 던졌던 한마디가 평생 상처가 되어 도둑이 되어야만 했던 이야기며 나름대로 고객을 관리하는 그의 처신법.

그리고 결국 그의 본성에 굴복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숨이 차도록 그를 쫓아아만 했다.

마지막 장에 마틴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을 하기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에서는 간절히 해피엔딩을 기원했다.

이렇게 멋진 도둑이라면 얼마든지 용서하고 사랑을 받아줄 것이라는 걸 나는 믿고 싶었다.

마틴 당신 정말 ‘아주 특별한 도둑’이야. 혹시 단골이 필요하다면 우리집 주소를 알려줄 수도 있어. 연락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