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얇은 양장본 책이라 글밥만 많은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림과 커다란 글씨로 쓰인 글이 큼직큼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재미난 그림책이었답니다.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책으로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동화 단계에 해당되네요. 아직 38개월, 갓 만 세돌을 넘긴 우리 아들은 아직 혼자 읽을 단계는 아니고 엄마가 읽어주고 있는데 글밥도 적당하고 아이도 끝까지 집중하며 재미나게 들었답니다. 처음 본 책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아했어요. 읽어주고 또 읽어달라 찾고, 자기도 바나나 먹고 싶다고 해서 마침 바나나가 없어서, 얼려둔 바나나를 꺼내주니 아이스크림 마냥 잘 먹더라구요.
아이들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처럼 엠마를 통해 우리 아이들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답니다.
엠마 시리즈는 이 책 외에도 아기를 기다려요, 발레 수업, 미용실에 갔어요 등의 세권의 책이 더 나와 있네요. 다른 책들도 재미날것같아요.
목욕을 좋아했던 우리 아기, 요즘 들어 춥다고 목욕을 매일 하지 않고 거르기 시작했더니 자꾸 목욕하기를 귀찮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다시 목욕하자 꼬드기기도 했네요. 엠마도 목욕을 참 좋아하거든요
할머니가 호텔에서 모아오신 샘플들을 모으는 취미도 있고 몸에 바르는 것도 좋아해요. 남아도 그렇긴 하지만 공주님인 여아들이 더 그렇지 않나 (몸에 바르고 예쁘게 치장하기 좋아하는 것을 말이죠) 싶어요. 목욕을 좋아하는 엠마지만, 엄마가 전화한다고 오래 자리를 비우자 엠마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죠. 엄마를 고래고래 부르고 또 부르다가 배고프다고 부르지요. 그리고 바나나를 먹겠다고 생떼를 씁니다. 목욕하다 말고 말이예요.
음, 엠마를 보며 자연스레 우리 아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목욕하다가 뭐 먹겠다 한 적은 없지만, 밥 먹다 장난감 갖고 놀겠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기본이고, 가끔 절대 안했으면 좋겠다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일들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하겠다고 우기곤 하거든요. 엠마 엄마도 그런 기분이었을 거예요. 엠마 기분도 이해가 갔지만 엄마 기분에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그리고 엄마가 곁에 없어 짜증이 나기시작한 엠마를 보며서는 뜨끔하기도 했어요.
오늘 우리 아들이 그랬거든요. 제가 자꾸 아들 곁을 떠나 다른 일을 하러 다니니 “엄마 엄마”불러서 가보니 하는 말, “엄마가 자꾸 도망가서 불렀어. 여기 있어.” 라구요. 허허.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적 엄마가 자꾸 일한다고 다른데 가시는게 참 싫었는데 네살바기 아들은 오죽할까 싶었네요. 그 마음 백분 이해하면서도 엄마도 해야할일이 많아요. 화장실도 가야하고 부엌에서 설거지며 요리도 해야하고, 빨래도 걷고 널고 개고 청소기도 돌려야하구요. 그러고 남는 시간은 무조건 아이와 놀아주어야하는데 요즘 아이가 좀 크니 꾀가 늘어 옆에서 슬금슬금 책을 보기도 하는 엄마랍니다. 아, 정말 미안해지네요 쓰다보니..
아뭏든 안된다는 엄마 앞에 무조건 생떼를 써서 목욕하며 바나나 먹는 행복을 누리게 된 엠마, 당연히 엄마가 걱정한 일이 벌어지겠죠?
저도 사실 아이가 생떼를 쓰면 안된다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결국 지는 일이 허다하네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정말 아이키우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공감가는 그런내용이었답니다.
엄마와 엠마의 기분을 백분 이해할 수 있던 재미난 동화, 그리고 처음 만난 작가의 글과 그림이라 색다른 기분도 들었던 그런 동화기도 했어요. 엠마 시리즈 처음 만나본 동화인데도 참 푸근하고 공감가는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아들도 재미난지 혼자서도 몰두해서 그림을 들여다보더라구요. 다음 책들도 아이에게 보여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