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민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특집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요.
이 김치도 맛있겠고 저 김치도 맛있겠고.. 김치랑 함께 먹는 다른 음식도 맛있겠다.. 하며 텔레비젼을 지켜보던 큰 아이가 우리는 김장을 언제 하느냐, 어떤 김치를 담느냐, 자기도 김장을 해보고 싶다 하며 관심을 보였어요.
김장들을 시작하는 때,, 시댁으로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께서 김장배추를 씻던 참이시라며 아이들 데리고 오가기 힘드니 올해도 그냥 내려오지 말라 하시더라구요.
매년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 죄송스러워 이번엔 꼭 가야지 했다가 막상 죄송하면서도 안도감 같은 기분이 드는건 또 뭐인지..^^
그런데 저희는 친정쪽에서도 주셔서 먹는터라 그냥 말기가 아쉬워 큰아이 학교에는 주말 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금요일 오후에 김장나들이를 갔습니다.
시골 가며 보려고 책을 몇 권 챙겨갔는데 그중에 있던 [금동이네 김장 잔치]를 보며 큰아이가 “금동이랑 나랑 꼭 같네??” 하더군요.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는 날이라 학교에는 체험 학습 신청을 하고 아침 일찍 시골 할아버지댁에 온 금동이의 김장체험기가 정말 우리 상황이랑 똑같았습니다.
그래 “규현이도 배추도 뽑고 다듬어도 보고 김장도 해봐!! 그리고 체험 보고서도 써보는거야~” 하며 먼 길을 달려갔는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자식들 시간 아쉬울까봐 두 분이서 이미 뽑고 다듬어 배추들을 간해 놓으셨더군요.
김치에 들어갈 양념도 미리 다 다져 준비해 두셔서 결국 파와 갓만 다듬고 다시국물 내는 것만 살피고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시골에 온 금동이의 김장 체험기는 마지못해 배추를 뽑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뿔이 나서 배추 잎을 냅다 뜯어도 무를 뽑으며 묻은 흙을 털어도 엄마 아빠는 배추랑 무를 잘 다듬는다 칭찬을 하시지요.
바닥에 떨어진 무청으로 닭 흉내를 내며 딴청을 피워도 엄마는 금동이가 무청을 버리지 않고 모은다며 또 칭찬을 합니다.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부침개를 먹으면서 기분이 풀린 금동이는 배추와 무를 나르는 데는 열심!
어른들은 배추를 갈라 소금물에 적셔 절인 다음 각자 야채를 밭에서 뽑아와 다듬거나 양념을 준비합니다.
커다란 독 안에 든 새우젓, 가마솥에 끓이는 다시국물을 살피면서 금동이는 새우젓이 김치의 감칠맛을 내고 다시국물이 김장의 육수로 쓰인다는 걸 배웁니다.
식구들이 줄지어 앉아 배추를 씻고 채반에 얹어 물이 빠지게 하니 하루가 갑니다.
전날 다듬어 놓은 채소와 양념, 고춧가루로 김칫소를 버무리면서 엄마는 금동이에게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른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저도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 안 사실..
금동이네 할아버지 댁도 젓갈을 많이 쓰고 육수도 넣는다는데 저희 친정집이 그렇고 금동이네 외할아버지 댁은 젓갈을 조금만 쓰고 육수는 안 넣는다는데 저희 시댁김치가 그래,, 저도 그 이야기를 더 보태 해주었어요.
식구들이 많은데도 동네 어른들이 도와주러 오셔서 함께 김장을 하고 아빠와 작은 아빠는 김치를 담은 독을 장독대 옆에 묻습니다.
김장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 생굴로 차린 점심 밥상 앞에 식구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이고.. 금동이는 내년에도 김장하러 올거라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갑니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서로 도와 재료를 준비하고 김치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자연스레 김치를 만드는 방법과 저장하는 방법 등을 소개합니다.
또 가족 뿐만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함께 도와주러 오는 모습을 통해 이웃간의 정도 보여지고요..
식구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는 모습이 잔치와 다름 없습니다.
책의 부록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김치에 대한 소개와 계절별로 담가 먹는 김치의 종류, 김치에 대한 기록과 이름의 어원에 대해 실어 놓았습니다.
지도가 첨부된 지역별 김치와 김치가 가진 과학적 효능과 저장원리등도 소개하고 아이들이 자기집의 김치 담그는 법을 부모와 이야기하며 적을 수 있는 페이지가 실려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오빠 세 분과 올케언니들 세 분이 다 와서 거들었는데 실상 장갑을 끼고 김치를 버무린 사람이 없었어요.
시골이라 김장을 하실 때 품앗이들을 하셔서 동네 아주머니 세 분이 도와주러 오셔서는 장갑에 양념 묻힐거 없다고 어른들께서 다 하셨거든요.
그리고 예전 그대로 김장을 마친 후에는 김장김치는 물론 음식을 차려 식사를 대접하고 가실 땐 김치도 챙겨 가져가시도록 합니다.
오랫만에 부모님 계신 곳에 형제들이 다 모였으니 색다른 별미도 해먹게 되고 김장을 했으니 보쌈도 해먹고 다 목욕탕에도 가고.. 그야말로 책 제목처럼 색다른 명절같이 잔치가 되었더랬습니다.
큰아이는 학교에 낼 체험학습 보고서에 김치를 버무리는 할머니와 옆에서 김치 맛을 보는 자기 모습을 그려놓고
한 일에는 김치 담는 것 구경하기, 외할머니 자전거 타기, 맛있는 음식 먹기로 써놓고 느낀점으로는 ‘식구들이 모두 다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어 좋았다’ 라고 써놓았습니다.
원래 목적이었던 ‘김장체험’은 살짝 뒤로 밀리고 마치 외갓집에서 놀다오기가 된 듯한 체험학습 보고서였는데.. 금동이는 뭐라고 체험활동 보고서를 썼을지 궁금했어요. (뒷면지 한쪽에 ‘금동이의 체험학습 보고서’가 실려 있어도 좋았을 듯~^^)
김장을 한다고 가서는 김장을 하지 않고 왔지만 금동이가 느꼈던 것처럼 우리 아이도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김장하는 날이 즐거운 날이었고 동네 어른들이 오셔서 함께 일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이 책을 쓴 유타루 작가님도 어린 시절 김장할 때 식구들이 모두 모여 다 함께 김치를 담갔던 기억으로 책을 쓰셨다고 하네요.
우리 고유의 대표 음식 김치,, 그 참맛은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양념이 곁들여져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마음까지 담겨진 김치..
김장을 마쳐야 일년 농사가 끝났다 하시는 어른들의 말씀이 조금 실감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