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났을때까지만 해도 마틴을 별난 좀도둑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들은 선물로 받아 쌓여 있는 세제, 치약 한 통, 휴지 한 롤, 수건 몇 장,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접시 등이 없어졌다고해도 절대 알아채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너무도 치밀하고 꼼꼼하고 계산적인 모습에 놀랍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집에도 어쩌면 몇 년째 누군가가 내 집마냥 매일같이 드나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실제로 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엉뚱하기했지만
전혀 생뚱맞진 않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했다는게 문제였다.
아주 가끔이긴하지만 아니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침에 정리해
두고 나간 것과 뭔가 달라진 게 있는데…그게 뭔지 명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칫솔로 인한 실수 그리고 평소 그답지 않은 일처리에 어느새 나도 강박증 환자처럼
조마조마 두근두근…마틴이 들킬것만 같아 책을 덮었다 폈다…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의 아슬아슬한 모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예기치 못했던 뜻밖의 상황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희망, 흥분, 만족감을 느낀 마틴.
비록 자신만의 고객이었고 소중한 친구이긴 했지만 그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되자-마틴은 이 일조차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자신이 더
큰 위험에 빠질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직접 도와주고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 일들은 마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혼자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웠던 직업, 이제껏 당당하지 못했던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연, 새로운 직업, 새로운 인생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마틴.
아~ 정말!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긴하고
아슬아슬해서 다른데로 채널을 돌렸다가 다시 틀기를 반복하는 모양새가 책 읽는 내내
계속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