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는 모퉁이 집

시리즈 블루픽션 55 | 도 판 란스트 | 옮김 김영진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1월 25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독일 청소년 문학상 외 1건

사람을 구하는 모퉁이 집

– 도 판 란스트(비룡소)

조용한 강가에 반만 지어진 다리 앞 작은 모퉁이에 집이 한 채 있다. 우측 마을과 좌측 마을이 다리 건설비용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자 결국 두 마을 잇는 다리는 절반밖에 지어지지 못했다. 아무 곳에도 끊긴 다리가 표시되지 않았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가끔 작은 모퉁이에 있는 이 집에 차를 박기도 한다. 그래서 별명 지어진 ‘사람을 구하는 집’. 다리가 끊기기 직전, 집을 박으면서 차는 멈추고 운전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외상만 입을 뿐이다.

처음 집을 박은 아빠와 결혼한 엄마는 그 운명적 만남을 저주하고, 아빠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며 신앙심을 불태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말 한마디 없이 지내시다 치매에 걸렸다. 매일 집에만 있는 일상 속에서 소녀는 엄마가 가지 말라고 경고한 다리 건너에 가게 된다. 처음 간 그곳에서 껄렁한 남자 두 명을 만나 위험에 처할 뻔했다. 엄마가 그렇게도 가지 말라고 하는 다리, 할아버지가 익사한 다리. 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그 다리에서는 원조교제와 마약 밀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소녀는 자꾸만 그 다리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예를 들면 멋진 남자아이, 그것도 성은 꼭 B여야 한다. 왜냐면 소녀가 B를 좋아하니까. 그 멋진 남자 아이가 소녀의 집을 차로 들이받는다. 그 후 소녀의 엄마와 아빠처럼, 소녀가 그 소년을 치료해 주고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 상상일 줄만 알았던 일이 소녀에겐 진짜로 펼쳐졌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소년이 소녀의 집을 들이받은 것이다. 다만 그 소년의 이름은 B로 시작하지 않는, 자크였다. 소녀는 로망을 꿈꾸고 정성껏 소년을 돌본다. 그런데, 소녀가 잊고 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또래 친구 쑤. 쑤는 레즈비언이다. 소녀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다만 자신은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쑤에게 자크의 이야기를 하자 쑤는 질투하며 소녀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리고 며칠 후 쑤는 소녀에게 “좋아하는 것 같다.”며 고백을 한다. 이 때 소녀는 고민을 한다. 자신이 자크를 좋아하는 것인지, 오랫동안 봐왔던 쑤를 좋아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다. 결국 소녀는 자신이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크를 유혹하고, 자크와 소녀가 성관계를 하고 있는 것을 본 소녀의 부모님은 자크가 은혜를 모르고 자신의 딸을 덮치는 모습으로 오해하고 내쫓는다. 정황을 다 듣고서야 자크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자크는 사라지고 난 후였다. 이 일이 있고나서 모퉁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 전부터 엄마는 너무도 떠나고 싶어 했지만 말이다. 떠나려고 출발한 순간, 소녀의 가족들은 더 이상 모퉁이 집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아빠의 담배꽁초로 집이 타버렸기 때문이다. 집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소녀는 그 모습이 불꽃놀이 같다고 생각한다. 소녀에게 큰 불이 불꽃놀이처럼 느껴지는 건 ‘혼란스럽던 시절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한 소녀의 내면이였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궁금한 건 ‘소녀가 쑤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자크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또 ‘소녀가 떠나고 혼자 남은 쑤는 어떻게 생활하였을까’, ‘엄마가 쫓아버린 자크는 잘 생활하고 있을까’. 소녀의 상상과 현실 속에서 이 아이들은 분명 각자의 나름대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지으며 살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