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시크릿가든>에 대한 선풍적 열기가 엊그제 같다. 타인의 몸 속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가는 현상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이 책 속에서 아빠와 엄마와 딸이 몸을 바꾸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우리가 서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조차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가 회사에서의 자신의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역시 밤늦게 돌아온 고등학생 딸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집안 분위기는 거의 없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혼자 집에 남은 엄마의 일과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빠에게 관심을 갖기에는 소통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아빠와 딸의 7일간의 후속편으로 나온 이 책은 그 사람이 되어서 직접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본다는 것, 대화도 필요없이 즉각적으로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과격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이 시대의 핵가족의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로의 삶 속에서 고립적으로 살아가던 가족은 서로의 몸 속에 있는 자신의 인격을 훈련시키고 대처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밤마다 회의를 거듭하고 아침에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집을 나선다.
딸은 아버지로 살면서 아버지가 지난해 신제품개발에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한직에 임명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어머니는 자신의 딸의 여자친구, 자신의 딸의 애인을 대신 만나고, 햄버거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딸이 주변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를 주는 아이로 자라고 있음을 알고 행복해진다. 요즘 대학생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젊음으로 돌아가서 가벼운 흥분도 느낀다. 집안일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아버지는 주부의 삶이 그다지 평화롭지 않으며 참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내의 일상이나 가사노동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었던 자신의 지난 날을 반성한다. :
늘 그렇지만 부부 관계, 부모자식 관계를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 의미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내가 있다는 고마움, 딸이 있다는 행복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p.460)
책의 분위기가 긍정적이어서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렇다. 세 사람은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고, 자신이어서 행복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애틋함을 느끼며 이전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로 결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