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3개월이 되어가는데,
전래동화는 많이 읽어주지 못하다가,
요즘 들어서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등을 비롯한
동물이 등장하는 전래동화를 하나 둘씩 읽어주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길어서 집중하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큰 흐름 속에서 중심만 잡아서 읽어줬어요.
그랬더니, 내용 중간중간, “왜?” 라고 묻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이제는 한 권을 통으로 다 읽어주고 있어요.
전래동화의 경우 나연이가 주로 읽는 그림책과는 다른 내용과 구성을 갖고 있다보니,
흥미로운가봐요.
우리도 어렸을 때, 전래동화를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막 궁금해지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면서 말이지요.
나연이가 전래동화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그러한 제 어린시절의 모습과 닮아있네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처음 보던 날, 바로 이 책을 읽어달라더니,
그 후로도 ‘어떤 책부터 읽을까’ 하고 물으면,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와요.
나연이의 경우 한번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거든요.
저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갖고 왔네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 읽어주세요!” 하면서요…
이 책 덕분에 게으름뱅이라는 말도 알게 되었지요.^^
처음 책을 봤을 때, 지금까지 나연이가 보던 그림책의 그림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혹시라도 나연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걱정했던 부분을 나연이가 더 호기심있게 보더라구요.
“아저씨가 놀랐나봐~!” 하기도 하고, “엄마, 이건 뭐지?” 하면서 여러 반응을 보여요.
때로는 아저씨가 운다면서 눈물을 닦아주기도 한답니다. ^^
그러고보니, 그림을 가만 보다보니, 인물이 정말 살아있는 듯, 생생한 그 느낌이
왠지 정겹기도 하고, 사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해요.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는 색채감은, 이야기에 대한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답니다.
색이 감정과 연계되어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장경혜 그림 작가님은 김려령 작가의 ‘그 사람을 본 적 있나요?’ 라는 동화책에도 그림을 그리셨는데,
그 동화속의 인물들도 참 정감있게 잘 표현되어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동화책을 자주 접하다보면,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 속 그림도 함께 떠오르는 동화가 더러 있는데,
그 경우, 이야기와 그림이 하나로 잘 어울렸기 때문일 거예요. 그림에 대한 좋은 느낌이 이야기와 함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거지요. ^^
게으름뱅이가 소머리탈을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와 만나게 되는 장면이랍니다.
나연이는 이 장면도 참 좋아해요.
할아버지 손에 들린 작은 소머리탈부터, 그림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여요. ^^
소가 된 게으름뱅이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나연이…^^
나연이한테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고, 빠져들더라구요.
이 장면은 나연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랍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사람이 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늘 보고 또 봐요.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한 인간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켜주고, 새 삶을 시작하게 만드니까요.
어두운 그림과는 전혀 다른 밝은 느낌의 그림.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나연이는 이렇게 말해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구요…^^**
“열심히 일하면서 아내와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았대”로 이야기가 끝나거든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 그림 사진이랑
주요이야기를 해보자면…
옛날 어느 마을에 게으름뱅이가 살았어.
게으름뱅이가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똥 싸기,
방 안에서 뒹굴기, 방귀 뀌기, 코 골면서 낮잠 자기 뿐이었지.
일하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집을 나온 게으름뱅이는 소머리탈을 만드는 노인을 만났어.
소머리탈을 쓰면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소머리탈을 쓰게 되었지.
그러자 게으름뱅이가 소로 변해 버렸지 뭐야!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연이는 이제 알고 있답니다. ^^
흔히 전래동화를 교훈적인 의미로 많이 해석하지요.
이 책의 경우 근면, 성실의 부분이 많이 부각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만나다보면,
우리의 고마운 이웃은 물론, 한 인간이 지닌 사고의 중요성…
인생관 등등…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답니다.
결국 소머리탈을 만든 할아버지는 우리의 곁에 있는 고마운 이웃이고…
그러한 어른의 지혜 덕에 한 인간의 귀차니즘이 리얼리티로 재활되지요.
그러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탐색을 하게 되고…
아이들한테 이 책을 읽혀주실 때,
너무 한 가지 교훈으로만 이야기를 끝맺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진행하다보면,
분명 자기의 생각을 쓰는 건데,
누군가의 생각, 정답일 거 같은 생각을 당연하게 쓴답니다.
그러면, 참 가슴이 답답해져요.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책의 경우 이야기라는 중심 속에서
그림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아이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참, 여기서 엄마가 먼저 답을 정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내용과 전혀 무관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도록 안내자만 되어주세요.^^
저희 딸은 좀 어리지만,
좀 큰 친구들은 이 이야기 하나로 여러 생각들을 풀어놓을 것 같네요.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이제 인물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여요.
하다못해 강아지한테도, “강아지 왜 그래?” 하고 묻는 답니다. ^^
제가 그림책 장면을 찍는 동안에도 책을 보겠다며
자기 앞으로 가져갔어요. ^^
“게으름뱅이 아저씨가 집에 가는 거야.” 하면서 손으로 가리키는 중이랍니다.
참, 여기서 소머리탈을 만든 할아버지는 어디있을까요?
저는 몰랐는데, 나연이가 알려주었어요.
“엄마, 할아버지 왜 그래?” 하길래 봤더니, 할아버지가 벌이 되어서 하늘을 날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림들을 다시 자세히 보니,
몇몇 그림 속 장면에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할아버지 찾기 놀이도 해봤는데, 잘 찾더라구요.
그림이 참 재밌어요. ^^
역시, 나연이가 제일 호기심 있게 눈길을 두는 그림…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장면과 사람이 된 장면을 비교해보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걸 어떻게 생각하니?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주변에 소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니? 그렇다면 누구??
-소는 어떤 동물이지?
-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할아버지가 소머리탈을 게으름뱅이에게 준 걸 어떻게 생각하니? 기타 등등…
이제 소가 된 게으름뱅이 내용을 잘 알게 된 딸과 함께
소를 그려주고 색칠을 하게 했어요.
나연이 눈높이에 맞춰서요.^^
아직 색칠의 완성도는 50%수준이지만,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
그러고는 다시 책도 읽었어요.
이 책은 읽고 또 읽어도 흥미로운 게,
그림이 살아있는듯, 정겹고, 다양하거든요.
또 김기택 작가님 특유의 입담이 아이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요.
게으름뱅이가 소가 되어버리자, 게으름뱅이를 걱정하는 나연이…^^
아무리 게으름뱅이라도 소가 돼서 힘들게 일하는 건 마음이 안 좋은가 봐요.
게으름뱅이가 된 소가 무를 먹고 다시 사람이 되는데,
포도, 당근, 무를 두고
“소가 뭐 먹고 사람이 됐지?”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바로 무를 찾아서 들었어요. ^^
무 먹는 소를 바라보는 중…^^
지금은 전래동화를 엄마가 되어서 아이와 함께 다시 만나게 되는데,
어렸을 때의 그 느낌처럼, 전래동화는 시간이 지나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인 거 같아요.
이걸 계기로 앞으로 전래동화도 자주 만나야 할 거 같아요. ^^
끝으로 책 표지에 있는 소한테 무를 먹이는 나연이…
“무를 먹어야 사람으로 변하지.” 합니다. ^^
**소가 된 게으름뱅이와 함께, 자연관찰에 있는 ‘소’와 영어책에 있는 소이야기를 읽었답니다.
이야기 속 주제나, 중심인물을 택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책 읽기를 진행해보는 것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