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글자 없는 그림책만으로도 뭔가 꽉찬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을 보면서 참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곤 했는데
피터 스피어의 이 그림책은 참 서정적으로 행복이 충만하게 하는 그림책이네요,
비오는 날이라고 하면 흐린 하늘과 칙칙한 색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노란 비옷과 초록 비옷을 입은 누나와 동생때문인지 전혀 그 반대의 밝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공간은 꿈에 그리는 참 부러운 공간입니다.
온갖 나무와 꽃들이 둘러 싸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 빨래가 너울 거리고
물놀이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풀과 모래놀이하는 공간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우리 엄마들은 으례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들이는데
우리의 예상을 깨고 집으로 들어간 이 남매는 비옷을 입고 엄마는 심지어 우산까지 들려줍니다.
아마도 엄마는 어릴적 빗속을 뛰어 다니고 싶던 그 마음을 잘 아는 센스있는 엄마인가봅니다.
나의 어릴적을 떠올려 보면 엄마에게 혼날줄 뻔히 알면서도 아이들과 우산을 함께 쓰고
처마 밑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거나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고 뛰던 기억이 납니다.
남매는 우산을 함게 받쳐 쓰고 비속을 뛰어 다니며 첨벙거리기도 하고 처마밑으로 쏟아지는 비를 맞고
비에 젖은 거미줄과 비를 피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두 눈을 반짝 거리고 있습니다.
비오는날 제대로 비속을 탐험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또 부럽습니다.
우산이 바람에 뒤집어지고 빗줄기가 더 굵어지니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 갑니다.
누나와 동생은 함께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이번엔 집안에서 온갖 놀이를 즐기는군요,
그렇게 비가 그치지 않고 밤을 맞이하게 된 남매는 은근 걱정이 되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런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달빛이 살짝 얼굴을 내밀자 아이들은 그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창문 너머가 보이지는 않지만 촉촉히 젖은 대지가 얼마나 눈부신지 상상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세상은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생생하고 아름답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그림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느낌을 가질수 있는 책이라니 행복함이 충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