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를 통해 선생님과 제자의 뜨끈뜨끈한 사랑을 맛보았기에 ‘가시고백’이라는 책이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어요.
그런데 표지부터 포근한 이 책을 받자마자 아! 이책은 그냥 대충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이 깜찍하고 예쁘길래 책장을 바로 넘기지도 않고 앞면 뒷면 흐뭇한 표정으로 아주 꼼꼼하게 살펴봤답니다.
그러다 뒷면의 이 문구에 아! 이거 딱 내 맘이랑 똑같다!라고 외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당신, 사랑합니다.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입니다. 뻔뻔함이 아닌 노련한 당당함으로 생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살아 보니 미움보다는 사랑이 그래도 더 괜찮은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어 미운 사람 여전히 미워하지만, 좋은 사람 아프게 그냥 떠나보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계속 몇번이고 이 문구를 마음에 담게 되더라구요. 저역시도 철이 덜 들어 미운 사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속없이 바보처럼 웃지 말고 무서운 아줌마처럼도 살아보자!라고 독하게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도 아프게 그냥 떠나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순간 멍해졌어요. 사랑하고만 살아도 짧은 세상. 아까운 마음과 시간을 미워하며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런 마음으로 무심코 책을 넘겨 한페이지를 넘기다가 아! 이거 나중에 조용할때 차근차근 조용히 곱씹어가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르고 가족들이 다 잠든 새벽시간에 책을 펼쳤어요. 아마도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봤으면 미친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혼자서 빼실빼실 웃기를 몇번을 했거든요. 완득이때도 그랬는데 작가가 표현한 대화들은 정말 신세대의 말을 그대로 유머러스하게 잘 나타내고 있었어요. 나도 이런 말투와 재치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간만에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거기다가 가족간의 사랑을 가슴 뭉클이 아니라 너무도 현실적이고 잔잔하게 하지만 깊숙하게 느낄 수 있어서 청소년들뿐아니라 부모들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생딸아이가 크면 이 책을 꼬옥 읽어보게 잘 보관해둬야겠습니다.
오늘 반드시 뽑아내야 할 가시 때문이다. 고백하지 못하고 숨긴 일들이 예리한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혀 있다. 뽑자. 너무 늦어 곪아터지기 전에. 이제와 헤집고 드러내는 게 아프고 두렵지만, 저 가시고백이 쿡쿡 박힌 심장으로 평생을 살 수는 없었다. 해일은 뽑아낸 가시에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라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따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 본문중에서
가시고백. 제목이 무척이나 독특하게 느껴졌는데요. 책 전체의 주제인 사람들과의 용서, 사랑을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해요.
나는 순수한 도둑이라고 칭하는 천재적 도둑 해일, 욕을 맛깔나게 하는 진오, 두 아빠를 가진 지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는데요.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현실적인 가정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고나면 발끝에서부터 따뜻함이 마구 밀려옵니다.
어릴때부터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때문에 홀로있던 것이 많았던 해일은, 관심받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는지 우연히 유치원때 선생님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도둑질합니다. 훔친 물건들을 팔아 통장에 쓰지도 못할 돈들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죠. 누간가 제발 자신의 가시를 발견하기를 바라며 건전지를 훔치기도 합니다. 고2가 될때까지 마음에 가시를 박고 살아가게 됩니다. 도둑질이 들통날까봐 거짓말 했던 유정란 키우기를 시작하면서 해일은 선생님,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일상의 행복을 나누면서 심장 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게 됩니다.
고2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잡고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는 해일의 부모님과 늘 옆에서 해일을 지켜보며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는 엉뚱한 형이 무척 행복하게 보였어요. 현실에서 고등학생이라면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대화없이 사는 아이들이라고 생각되는데. 해일의 가족은 서로를 참 아끼더군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생이 한다고 해도 귀찮다고 꺼려할 병아리 키우기를 온 가족들이 함께하는 모습에서 아 이런 게 진짜 가족이 함께해야할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 씀씀이가 아주 풍족한 해일의 가족 모습을 따라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애완동물을 키우고 함께 웃고 대화하고 기뻐하고 같은 것을 나누면서 웃으면서 살고 싶어집니다. 진짜 중요한 사람들에게 화내지 않고 사랑하고 보듬어줘야겠다고도 다짐하게 됩니다.
이혼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사건이 터지면 늘 자신만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편견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줬어요. 각자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되어 생각해보라. 그런 것들을 많이 남겨줍니다.
그리고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생님의 이야기였어요. 선생님!하면 공부잘하는 아이만 이뻐라하고 약간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냉대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생각이 제 머리 속에 팍 박혀있는데요.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듣게 되네요. 자신이 아끼던 제자로부터 의도하지 않게 폭행을 당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선생님. 아이들만 존경받을 선생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도 아끼고 싶은 제자들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수한 아이들 말이죠. 저의 학창시절을 떠올릴때마다 이유없이 과도하게 매를 들어올리던 선생님들을 떠올렸는데요. 반대로 저도 선생님들에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그냥 그림자같은 학생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학창시절을 깡그리 싸잡아 존경할 선생님이 없다!라고만 했던 제가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나 또한 선생님들과 소통하지 못했기에 말이죠.
학생들과 홈피를 통해 대화를 하는 선생님, 고2임에도 불구하고 시험공부 안하고 병아리 키운다고 뭐라 안하고 마음 속 진심을 터놓는 선생님.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이 이런 선생님이기를 우리 아이들이 그에 못지 않는 제자가 되길 바래봅니다.
입시지옥에 사는 아이들에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 친구들과 웃고 남기는 것들이 평생에 남는 추억이 된다는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계속 마음을 두드립니다. 보여지는 식스팩이 아닌 튼튼한 마음의 식스팩을 지닌 아이가 되길! 아이들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