빕스의 엉뚱한 소원
비룡소
평소에 일상을 지내다 보면..늘 좋은 일만 있고 기쁘지만은 않지요.
기분이 괜시리 안 좋아질 때도 있고, 우울해 질 때도, 슬퍼질 때도,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그런 감정이 들어서 그냥 모든 게 싫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비단 어른뿐만은 아닐 겁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비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그런 ‘Bad Day’를 경험합니다.
그럴 때면, 어디 어두운 곳에 숨어서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혼잣말을 하고 싶기도 할 거예요.
여기 세탁실 뒤쪽 골방 세탁 바구니 안에 들어가 있는 빕스가 보이네요~
빕스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요. 왜냐하면요…
하루종일 비도 내렸구요..마당에 분명히 세워 둔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그 일 때문에 부모님께 야단도 맞았어요.
또, 함께 방을 쓰는 야니 형이 방을 온통 어질러 놓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고 빕스의 숙제를 방해했어요.
아!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 주머니 칼로 빼앗겨 버렸답니다.
음…이쯤되면 빕스뿐 아니라 그 어느 아이라도 화가 날 만 하군요~
빕스는 갑자기 이 세상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왠일이죠? 빕스의 소원이 현실이 되다니요~~
빕스의 말 한마디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세상..그리고 그 세상 속의 것들..
책을 읽는 아이들은 빕스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며 놀랍고 재미있어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함께 책을 읽은 저도 그랬거든요..
빕스는 자신이 상상하여 만들어 낸 새로운 세상이 과연 만족스러울까요?
작가 엔첸스베르거는 새로운 소재와 발상으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그 속에 깃든 ‘현재의 만족’에 대한 철학적 가치를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힘들고 재미없다고 하여 또다른 세상, 새로운 세상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며..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그냥 지나쳤던 즐거움과 행복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빕스의 엉뚱한 소원 속에 등장했던
풍선껌, 낙하산, 베갯잇, 펜촉, 마차바퀴들을 보며 함께 재미있는 상상을 했을 테고,
다시 예전 그대로의 세상에 돌아온 빕스를 보며 편안한 안도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은 어른인 저는..새로운 세상을 꿈꿀 만큼 어렵고 힘든 상황에 마음까지 힘들었던 빕스가
엄마 아빠의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에 그 모든 생각들을 떨쳐버릴 만큼 안정감과 행복을 찾은 걸 보고..
아이들을 대할 때..더 아이들의 눈으로..좀 더 아이들의 마음으로 대해주리라..
진심과 사랑을 담아주리라 다짐하게 되었어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철학동화를 보면서 이렇게 웃으면서 마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책은 처음이네요.
이 책이 가진 재미와 가치로 인한 여운은…오래갈 것 같습니다.^^
아! 한가지 빠뜨렸네요.
왼쪽 페이지 하단에 조그마한 그림이 나오는데요, 페이지를 한장씩 넘길때마다 그림 속 등장 인물과 사물이 늘어나요.
그리고 맨 나중에는 빕스의 집과 하나가 됩니다.
그림작가로부터 기분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동화책 속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