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에 낙하산을 타고 두둥실 떠다니는 빕스와 비오는날 우중충한 날씨에 집 구석방 빨래박스에 틀어박혀 있는 빕스!
이 책의 앞표지와 뒷 표지가 말해주는 정서가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알쏭 달쏭한 제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빕스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이며, 어떤 소원을 가졌기에 엉뚱하다고 하는걸까?
왜? 엉뚱한 소원을 가지게 되었을까?
혹, 낙하산을 타는걸 보니 하늘을 날고 싶다는 그런 누구나 한번쯤 가질만한 그런 소원은 아닐테지!
뒷표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현대인이라면 어느집이나 마찬가지로 빕스의 집은 각자 할 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2층에서는 엄마가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장만하고, 아빠는 서재에서 컴퓨터로 뭔가를 작업중이다.
3층에서는 형이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느라 어느 누구도 이상하거나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1층의 맨 구석진 깜깜한 방에 덩그러니 놓인 빨래통이 심상치않다. 왜냐하면 빕스가 그곳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좁은 곳에…
그 좁은 빨래통에 왜 들어앉아 있을까?
좁아서 불편하고, 혹시라도 빨래가 들었있다면 냄새도나고, 빨래도 상할텐데…
만약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틀림없이 야단을 할터인데…
어쩌자고 빕스는 이러고 있는걸까?
아~ 혹시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맞아. 우리 딸도 요즘 자기만의 비밀공간이 가지고 싶다고 했는데 빕스도 자기만의 비밀 공간이 이 곳이었구나!
아니, 어쩌면 따뜻한 엄마의 관심이 필요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엄마가 사용하는 빨래통에 들어앉아 저렇게 불편하게 쭈그리고 앉아 은밀한 자기만의 소원을 빌고 있을거야.
빕스는 오늘 자전거를 잃어버려서 엄마에게 야단맞고, 하루종일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고, 수영도 못갔다.
게다가 같은 방을 쓰는 형은 방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놓고 시끄러운 음악을 즐기느라 빕스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래저래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무턱대고 풍선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예쁘게 빛나는 풍선껌이 불쑥 나타나는게 아닌가?
풍선껌이 아주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백개나 되는 풍선껌이 갑자기 쏟아지는데…
“풍선껌들아, 다 사라져 버려!”
그러자 풍선껌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빕스는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 많고 짜증나는 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하자, 불현듯 이렇게 외친다.
“이런 세상 따위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온 세상아, 다 사라져버려라!”
그러자 신기하게도 빕스이 소원은 이루어지고, 세상 모든 것은 사라져서 허공이 된다.
세상은 빕스가 생각하는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기도, 햇빛도, 색깔도 모두 사라져서 없는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해도 기쁘지않고 오히려 공허함이 밀려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자기 맘에 쏙 드는 세상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세상아 나타나라!”
결국 색깔조차 없던 세상은 빕스의 주문대로 색깔이 돌아오고, 점점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간다.
맘에 드는 침대보가 있고, 베개가 있고, 자전거가 놓인 자기만의 공간도 만들어진다.
결국 빕스는 새로운 만족을 얻지 못하고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마지막 페이지는 완벽한 가정의 전형적인 행복함을 보여준다.
해피엔딩이다.
엄마와 아빠는 마당에 자전거가 놓여있었다고 빕스에게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는 말에 빕스의 억울한 마음은 바로 눈 녹듯 사라진다.
이렇듯, 빕스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미디면 충분하다.
빕스가 그랬듯이, 아이들은 누구나 은밀한 소원을 갖는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같은 거창한 소원이 아니라도, 좀 더 공부를 잘하고 싶다든가, 동생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든가, 친구들과 잘 놀고싶다는 그런 소원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소원을 지녔을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빕스처럼 다소 엉뚱한 자기만의 소원을 갖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다소 엉뚱한 소원일지라도, 일단은 공감을 하고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