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는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목적을 위해 앞으로 쭉 가는 어른에 비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의 시선으로 앞으로 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아이들을 내 뜻대로만 앞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야 숙제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하물며 주말에까지.. 미술을 전공하고 아이를 키우는
약수 뜨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바쁘다는 아이들이 엄마 혼자 간다고 하자 마지못해 따라간다. 어수선하지만 스스로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옷을 입고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웃음이 지어진다. 정자매가 준비하는 모습과 너무 비슷하다. 바쁜 엄마는 아이들을 끌고 약수터로 출발한다.
‘누나, 엄마는 왜 저렇게 걸음이 빨라?’
‘약수터가 어디로 갈까 봐 그런 거야.’
‘나는 보고 싶은 게 많은데 엄마는 보고 싶은 것도 없나 봐’
통나무 의자 마차도 타고 거미도 구경하고 닭들도 구경하고 다람쥐로 쫓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른다.
엄마는 통에 약숫물을 담고 두 아이는 철봉놀이를 하며 신나게 논다.
어쩜 이렇게 엄마 마음과 아이들 마음이 잘 드러나있는지.. 빨리 약수터에서 물을 뜨고 싶은 엄마와 구경도 하고 놀면서 가고 싶은 아이들.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좀 부러워하지 않을까? 이젠 토요일마다 쉬게 되어 나도 아이도 좀 부담스럽다. 나가자니 숙제가 생각나고 숙제를 하자니 하루가 다 가고.. 아이들을 달래고 협박하고 먹이고 놀리고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간다. 제비 뽑기로 숙제를 결정하다가 요즘엔 사다리를 타기로 바꿨다. 사다리를 탄 후 어떤 숙제를 할지 정하고 후다닥 끝내면 잠시 쉬는 시간을 주는 게임을 하고 있다. 어제는 바람을 쐬었으니 오늘은 목소리를 낮춰야겠다. 그나저나 숙제 끝내면 뭘로 상을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