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데 거기서 그 소리를 듣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나무 쓰러지는 소리는 난 것일까 아닐까?” (p.20)
배다른 여동생, 니키를 다치게 했다는 죄목으로 청소년 보호소에 갇힌 브란웰을 위해 매일 면회를 가는 코너,
그 아이가 생각하기에 당연히 브란웰은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날 당시 같이 있었던
동생의 보모 비비언의 증언에 따르면 브란웰은 평상시에도 아기인 니키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요사이 말수가 줄어들고 코너와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던 브란웰은 정말로 자신이 오랜 시간 알고, 그럴꺼라 생각해왔던 아이가
아닌 건가 하는 생각에 코너는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전에 나무가 쓰러지는데 아무도 듣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던 브란웰의 말을 기억하는 코너는 자신만은
브란웰 침묵안의 수많은 소리를 찾아 친구의 소리를 듣기로 한다. 사건을 조사해가며 친구인 자신은 너무도 쉽게 알았던
브란웰의 마음을 오히려 가족들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새엄마와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동생과의 첫 인상에서
결정 된 오해를 계속해 가기에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 새가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 안에 있는 브란웰은 고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너 역시 사건을 해결해가며 재혼가정인 자신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사건을 따라가며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가정이나 성장하며 느끼게되는 혼란들을 꺼내놓으며
아이들이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에, 읽는 아이들 또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따라가지 않을까 해본다.
‘침묵의 카드게임’이라는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아이들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어떤 비밀에 싸인 듯 보이는 브란웰, 그리고 예전 그들이 나누었던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아
자신들만의 침묵의 대화를 시작하기 시작하는 친구 코너. 역시나 친한 아이들이 아니라면 생각해 낼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말이다. 브란웰이 진실보단 침묵을 택한 이유도 아이들이라면 다들 이해하지않을까 .
(코너가 무안과 수치의 차이를 말할때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울 아이가 어렸을때 좋아하던 “내 친구가 마녀래요.” 그리고 예전 나의 사춘기 적 갈등도 달래주던
“클로디아의 비밀”, 그리고 “퀴즈 왕들의 비밀”을 쓴 코닉스버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여러 작품들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는 이 곳에서도 아이들이라면 여전히 그럴것같은 (‘내 친구가 마녀래요’는 1967년작이라고
한다.} 일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한문장짓기라는 게임 형식을 빌어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곤 하는 것도 쑥쓰러운 십대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하나의 멋진 방법으로 여전히 보이기에 말이다.
언제나 좋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멋진 생각거리를 품어낸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만나 본 코닉스버그의 이야기가
척이나 반가웠다.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흔히 침묵속에서 이루어진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