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의 아픔을 다룬 이 책의 처음 시작은 굉장히 슬펐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채 까먹기도 전에 아빠의 반강제적인 이사로 인한 아이의 혼란을 보여주면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브라는 소녀는 11살이라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정말 철없는 아이와 철이 든 아이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다. 마법이 진짜로 있다는 엄마와 없다고 생각하는 아빠 사이에서의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사실 난 책을 읽으면서 이브의 아빠와 이브 사이에서의 갈등에 대하여 굉장히 안타까웠다.
물론 책의 막바지로 향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해결되기는 하였지만 책의 초반만 하더라도 사춘기가 지난 나 역시 이브 아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적응하던, 엄마와의 추억이 많은 집을 떠나서 굳이 가족 한 명 없는 보몬트 마을로 향하는 모습에 정말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브가 묘사한 보몬트의 이브의 새 집은 아이가 살기에는 정말 삭막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브가 보몬트에서 알렉스 아니 아담을 만나고, 매기 할머니를 통해서 로드니 할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전해주라던 씨앗을 받고 아담과 함께 꿈꾸던 정원에 가게 되면서 마법을 맛보며 동시에 한 단계 성숙해지는 이브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선택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이브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브의 아빠가 이사 온 것 역시 이브의 엄마가 죽기 전에 세워둔 계획이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이브의 엄마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죽은 뒤에 이브와 이브의 아빠 사이에 있는 어색한 감정을 없애주고, 이브에게서 동심을 유지시켜주며 동시에 이브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다 만들어주다니… 이것이 말로만 듣던 어머니의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브가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아빠에게 더욱 의지하고 아빠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브의 엄마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죽음이라는 슬픈 감정은 어른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것이고, 이브나 아담 역시 분명히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아이들이 꿈의 정원에서 방황하고, 자신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어린이에서 살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는 어른의 면모를 갖추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나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브의 아빠처럼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되고 사랑하는 만큼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이브처럼 감정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장 최측근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등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함께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배워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죽은 사람에 대하여 슬퍼하고 같이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것은 죽은 사람 역시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 그 사람이 못다한 삶까지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꿈의 정원으로 들어서서 그 사람과 재회하였을 때 당당하게 잘 지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예의라는 것을 이브와 아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씨앗! 이 책에서 씨앗은 삶과 죽음사이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였다. 씨앗이 상징하는 바는 아마도 선택이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이브에게 준 씨앗과 이브와 아담을 성장시켜준 씨앗 속의 세계. 그리고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순수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씨앗의 성장까지…
내게는 씨앗이 없지만 너무 삭막하게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책 속의 씨앗의 성장에게서 느끼고, 지금 내 삶을 최선을 다하여 살고 씨앗 속의 세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