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의 각종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과학서로 대중성을 확보한 이은희 씨(하리하라)는 큰 아이가 높은 호감도를 표하는 저자로, 신간이 나오면 이번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었나 관심을 가진다. 이번 책은 현대 과학과 기술 발달이 인류에게 가져온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며 과학의 윤리적인 측면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다각도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중 2가 된 훈이가 하루 동안 겪는 여러 상황을 곁들여 ‘하리하라가 본 훈이의 과학적 하루’라는 소제목 하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24가지 과학 쟁점을 다루고 있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후의 나의 하루. 새벽 6시 조금 지나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 딱 5분만 더 자고 싶은 욕망과 치열하게 싸우며 일어나긴 했으나 눈꺼풀에 무거운 추라도 달렸는지 도통 떠지질 않는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쌀을 씻어 밥을 앉혀 놓고 다시 잠들지 않을 요량으로 책을 펼쳤는데 앗, 어떻게 알았지!, 생체시계를 다룬 첫 장부터 공감 가는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구성을 살펴보면 각 장 마다- 새벽 6시 30분부터 23시 34분까지- 훈이가 하루를 보내며 겪는 상황들이 짤막하게 이어진다. 아침에 힘겹게 눈을 뜨고, 급식 반찬에서 채소를 골라내거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는 등 우리 아이들의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삽화와 함께 소소한 재미를 준다.
1장에서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와 빛의 연관성, 잠과 멜라토닌의 잠을 조절할 수 있는 과학 기술 등을 시차 적응처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다. 과일주스 등에 단맛을 내는 액상과당이 바로 옥수수의 전분을 분해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란다. 더불어 가공식품의 생산비가 원 재료보다 적게 드는, 현대의 식품 가공 구조가 낳은 비밀을 알게 되면 먹거리를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살피게 될 것이다. 10장에서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성조숙증의 문제점을 살피고,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의 딜레마를 다룬 19장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에 4월임에도 눈발이 살짝 날려서 날씨가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을 다루고 있다. 여름은 해가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겨울대로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이 내 나이 탓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4장은 온난화가 진행되는데 어째서 겨울이 더 추워지는지, 지구 온실 효과와 에너지 재분배 시스템을 통해 설명하며 그 영향이 가져온 각종 위협을 통해 발전과 반 과학을 저울질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아 문제를 살피며 쿠바의 농업 혁명 개혁 사례를 소개하는 등 범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현안들도 다루고 있다.
11장에서는 네 가지 혈액형의 관계 및 우연성과 인과성의 차이를 통해 혈액형 별 성격 분류나 징크스를 설명하며 사건의 인과성을 추론하는 연습에 과학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으며 골상학과 아이큐 검사의 의미(12장)도 다루었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장치가 도리어 사람을 위협하는 예를 다룬 13장은 몇 년 전에 실제로 겪은 적이 있어서인지 더욱 공감이 갔다. 처음으로 스크린 도어를 접한 날로, 승객이 많이 내리고 타는 역에서 승차를 하던 중 초등학생이었던 큰 아이가 미처 전철을 타지 못했는데 문이 닫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당황한 아이가 미처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는데 스크린 도어가 닫히는 통에 아이가 끼일까 식겁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해서 스크린 도어가 있는 전철을 탈 때면 더욱 조심을 하게 된다.
과학 이론이 사회에 잘못 적용되어 문제가 된 예로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맹신한 우생학을 들며 과학 이론을 사회에 적용할 때의 중대성을 짚어준다. 7장에 나오는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과학(비단 과학 뿐이겠는가마는..^^;)을 왜 배워야 하느냐고 투덜거리는 아이에게 읽어보게 하면 좋겠다. 중독 되면 끊을 수 없는 담배의 폐해와 순한 담배의 진실에 이어 마지막 24장에서는 청소년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을 다루며 “발달된 과학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과 “과학 기술이 주는 찰나의 재미에 중독”되어 허우적댈 것인지 묻고 있다.
과학자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과학과 기술 발전이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구체적인 예과 자료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원자 폭탄을 예로 들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과학자의 자세와 과학자가 사회에 책임을 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양날의 검과도 같은 과학의 발전과 균형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볼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