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나르는 책아주머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감정이입이 되서 그런지요. 괜시리 감동적인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울컥해가지고 울먹거리는 것을 꾸욱 참으면서 책을 읽어주게 되는데요. “꿈을 나르는 책아주머니”가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다소 거칠어보이는 듯한 그림에 귀여워보이지 않는 캐릭터로 아이들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지는 못하지만 책을 차분하게 보고 있으면 내용과 책속 그림에 푸욱 빠지게 되네요.
이 책은 미국 1930년대의 암울했던 경제공황의 미국 역사를 담고 있어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산꼭데기에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어린 나이에 학교도 가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집안의 가장노릇을 해야만 하는 소년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림을 통해 접할 수 있어요.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애팔래치아 산맥 켄터키 지방에 책을 보내주는 정책을 마련했어요. 사람이 직접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두 주에 한번씩 고원 지대 집 곳곳을 방문해 책을 전해주는 것이죠.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 – Pack Horse Librarians’이라 불리는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기슭과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지나 책을 전했다고 해요. 지금도 도서관이 멀거나 책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책을 배달해주는 도서관이 있는데요. 1930년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난한 환경때문에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고 멋진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읽기’가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지금 이와 비슷한 일들을 많이 보게 되요. 오지에 사는 마을 아이들이 정말 몇시간이나 걸려서 가야하는 학교에 등산을 하다시피하면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가는 것을 보면 가슴 속에서 뭉클한 것들이 밀려옵니다.
책 속 주인공 소년의 첫인상은 다소 강하고 반항적으로 보여요. 여동생이 하루종일 책을 끼고 사는 것도 곱게 보이고 않고 말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년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잃어버린 양을 찾아 위험한 곳에 가야하고 아빠를 도와 쟁기질을 해야하고. 남자아이 중에서는 첫째이기때문에 아빠와 함께 가장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요. 그런 소년에게는 동물들 말고는 살아 있는 걸 거의 볼수가 없는 환경만 있어요. 소년에게 느껴지는 짐이 아주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소년에게 책만 보고 있는 여동생이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도 편하게 저렇게 앉아 책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답답해하는 것일테지요.
어느 날 책아주머니가 아무런 대가없이 무료로 책을 빌려주러 오십니다. 돈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난한 집에서 책을 살돈은 더욱 없었겠죠. 그런데 아빠는 책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서 물물 교환을 하면 된다면서 책 한권을 살 열매 한 주머니를 꺼내듭니다. 아빠와 딸의 다정한 서로를 마주보는 눈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눈이있어요. 이 열매는 파이를 만들기 위해 소년이 따온 것입니다. “내가 딴 건데!”라는 생각이 소년의 마음을 누릅니다. 책 속의 엄마,아빠도 아이들이 더이상 가난하게 살기를 원치 않았는지 아이들에 책을 보여주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좀 더 부유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책아주머니를 시큰둥하게만 바라보던 소년의 마음이 점점 열리기 시작합니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들을 위해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소년은 책을 가까이하게 됩니다.
책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하게 된것이죠.
“난 잠시 가만히 서서 책아주머니가 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창밖의 눈보라처럼 막 소용돌이친다.
말만 용감한게 아닌 것 같다.
말에 탄 사람도 용감하다.
책 아주머니가 이런 어려움도 무릅쓰고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갑자기 알고 싶다.”
소년은 동생에게 책읽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고 책아주머니를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책과 책아주머니에게 대면대면하던 소년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 책과 책아주머니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특별한 선물을 전하는 모습에서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제는 동생과 함께 느긋하게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면 왜이렇게 흐뭇해보이는 걸까요.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한번 권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책 속의 다른 세상을 마음 껏 꿈꾸는 아이로 자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