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그려낸 그림책.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애팔래치아 산맥 켄터키 지방에 책을 보내주는 정책으로 마련된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은 지금의 이동도서관과 닮아있다. 내가 느끼는 이동도서관과 ‘책을 나르는 사서들’의 차이라면, 이동도서관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책의 전달과 회수가 용이한 지역으로 돌아다니는 것과 달리 그들은 인적이 드물고 책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닌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동도서관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이런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책을 통해 지식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책읽는 가족이 되자고 부르짖는 것이겠지.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칼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 않지만 하루종일 일을 하고 길잃은 새끼양을 데려오기도 하는 성실한 아이이다. 그런데 그의 여동생 라크는 책 속에 코를 처박고 사는 아빠말에 의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책을 좋아하는 아이’이다. 칼이 라크를 바라보는 눈빛이 좋을 리 없다. 칼은 ‘책나부랭이’를 보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칼네 집에 어느 날 말을 타고 바지를 입은 여자가 나타난다. 칼이 볼 때 여자가 바지를 입고 말을 타고 이 낯선 곳까지 찾아온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낯선 아주머니는 책 가방에서 책을 꺼내 빌려주는데 그것도 공짜란다. 칼은 혹시나 자기가 파이를 만들려고 따온 열매를 ‘책 따위’와 물물교환을 하려는 줄 알고 화가 나지만, 책 아주머니는 그것을 받지 않는다.
사람도 많이 살지 않고 높은 산속인 이 곳에 어떤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책을 빌려주고 책을 회수해가는 이 아주머니의 모습이 칼에게는 그저 이상한 사람일 뿐이지만, 여동생 라크에게는 즐거움이다.
어떤 이들은, 자기네 집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게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라고,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많이 보여주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책에 손을 뻗친다. 그런데 내게 이런 물음을 던진 사람들의 대부분이 책을 많이 갖고 있지 않고, 책이 많이 있는 곳에 아이를 데려가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책을 읽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책을 읽지 않고 수다를 떨면서 아이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그 어떤 아이가 그 말을 따를까?
칼은 여동생과는 달리 책도 보지 않고 공부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이다. 그런 칼이 변하는 것은 바로 책아주머니 덕분이다. 책을 공짜로 빌려주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주는 책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가 들고 오는 ‘책’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관심이 생겨난다. 책에 대한 관심. 이것이 칼이 책을 읽게 되는 커다란 동기가 되어준다.
사실 책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칼이 책나부랭이를 읽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잇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의 지식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를 알려주는 것,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책이라는 것을 칼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칼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책 나부랭이, 책 따위가 아닌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 칼. 어쩌면, 이 책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읽어야 할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집 아이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지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다.
‘책’ 자체에 대한 관심,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책 읽어라 ! 책 읽어라!’ 말만 하는 것보다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될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책을 나르는 사서들’은 이동도서관의 효시일 것이다. 도서관이 멀리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멀리 있어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날라주었던 그들의 사명감은 귀감의 대상이다.
* 이 책은 비룡소 연못지기 활동으로 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