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날은 없다
-이옥수(비룡소)
-2012년 5월 14일
‘토닥거리며 매일 싸우지만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 의지하고 많은 걸 서로 나누는 사람’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3살 터울의 언니가 생각이 난다. 대부분의 형제자매가 그렇듯 우리 자매도 매일같이 싸우고, 풀어지고를 반복했다. 싸우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고 싸워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언니와의 다툼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면..?
강민이는 아버지와 형의 폭력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형을 때리고, 형은 강민이를 때리는 풍경이 당연해졌다. 형의 폭력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건 강아지 찡코였다. 그런데, 제일 친한 친구, 가장 가까운 가족 찡코를 강민이가 죽였다. 아버지와 형의 다툼을 보고 달려 나가려던 강민이를 말리다가 강민이에게 맞아 찡코가 죽었다. 이후부터 강민이의 생활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학교에서의 싸움도 잦아졌고,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었다. 찡코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간다.
이런 강민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 미나. 미나는 강민의 옆집에 살면서 강민이와 찡코의 모습을 본다. 미나가 볼 때 찡코에게 강민이는 폭력이 심한 나쁜 주인이였다. 그런데 설상가상 상담하기 위해 갔던 병원에서 찡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찡코의 눈을 본다. 그 후부터 미나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찡코가 자꾸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너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선택한거야. 사랑해’라는 식의 위로하는 목소리를 말이다.
미나는 찡코가 속삭이는 말들을 강민에게 전하기 위해 강민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찡코의 이야기를 강민이에게 전달했는데도 미나의 머릿 속에는 찡코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꾸 무언가가 떠오른다. 미나의 어린 시절이다. 미나도 강민이처럼 강이지를 키웠었다. 역시 강민이처럼 실수로 강아지가 죽게 되었다. 죄책감으로 수 년동안 강아지를 길렀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던 미나. 그리고 또 다른 상처였던 오빠의 폭력.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교묘히 미나를 못살게 굴던 오빠와 그런 오빠와 미나를 방관하던 엄마로 인해 미나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찡코와 강민이를 계기로 미나는 엄마에게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놓는다.
그리고 강민이에게 도움을 주었던 오박사의 도움으로 강민이네 가족은 집단 상담을 받게 되고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화술과 행동 등을 배우면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또 한 가지, 강민이가 죽인 줄만 알았던 찡코는 형 강수가 찡코를 치료하고 다른 곳에서 잘 돌보고 있었다. 미나도, 강민이도 드디어 좀 더 나은 가족, 따뜻한 가족을 찾은 것이다.
가족 안에서 받는 상처가 얼마나 힘들고 아픈 것인지 느껴졌다. 누구에게 터놓을 수도 없고 혼자만 끙끙대다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일이 당사자와 그 사람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에게 정말‘개같은 날들’일 것이다. 한 우리 안에 있는 가족과 그 이웃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가진다면 한 사람이 상처받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나와 맨날 싸우고 토닥거리지만 그 다음 날이면 금방 풀리고,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주는 우리 언니와 오늘 따뜻한 날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