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는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거부감이 일었다. 강민이가 찡코를 죽여버리는 장면은 정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아무리 화가나도 자신이 키우던 개가 아닌가? 그것도 가족처럼 말이다. 정신이 없이 화가 났다가도 찡코를 보면 정신이 차려질 법도 한데 강민이는 그저 고무 강아지 인형 던져버리듯 그렇게 찡코를 방바닥에 팽겨쳐 버렸다. 선홍색 피가 흐르도록…
형제자매간의 싸움은 무척 흔하다. 나 또한 동생과 많이 싸웠다. 나이 차이가 5살이나 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로 부딪치는 일이 생기고 그 때마다 서로 성질도 부리고 화도 부리면서 싸우면서 컸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물리적인 폭력을 써가면서 싸웠던 기억은 없다. 철이 들고 부터는 아마도 주로 말로 싸운 거 같다.
미나도 오빠한테 맞으면서 자랐다. 그것이 무의식에 계속 자리잡고 있었고.. 사실 오빠한테 맞는 여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동생하면 귀엽고 오빠로서 잘해주고 싶은 맘이 절절 넘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친오빠한테 성폭행 당하는 여동생들도 있는 걸 보면 오빠에 대한 내 생각이 무턱대고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빠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두사람 모두 가족에게, 부모가 아닌 형제자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자랐다.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누구 잘못인지도 모르고 그저 맞았다. 맞으면서 그들 가슴속에 점점 더 커졌던 건 증오심이었다. 때리는 상대에 대한 증오심에서 부모에 대한 증오심으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점점 더 그 범위를 확대하고 정도도 심해졌다. 그래서 말못하는 강아지를 상대로 극도의 증오를 표출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상대가 너무나 컸기에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어서, 결국엔 그 강아지들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미나처럼 이유없는 육체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걸 보면 우리 잠재의식은 살면서 겪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표출될런지 무서워진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을까? 내가 지금 기억이 안난다고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미나도 그랬으니까.. 혹시라도 내 기억에 그런 무서운 기억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치료하고 싶어진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었을때 나타나서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있더라도 지극히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극복해야지.. 나중에 알게되더라도 난 당당하게 그 기억과 맞서고 싶다. 그래서 내 속에 있는 그 기억의 잔재들을 주인인 내가 잘 치유하고 보듬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