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두명은 공교롭게도 가족으로 인한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이 사랑해야하고 보호받아야할 울타리인 가족에게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자신의 반려견에게 주고만다.

솔직히 맨 처음에 이 책을 봤을때 바로 덮어버리고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인 강민이가 형의 폭력과 가정불화로 인해 흥분하고
또 거실에서 말다툼을 하고있는 아버지와 아빠, 그 둘을 죽이러 갈 때
그를 말리러간 반려견 ‘찡코’를 때려서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나와 같은 나이다. 세상의 이치는 다 알만한 나이다.
그런데 한 생물을 죽였다. 그것도 자신의 반려견을 말이다.
중학교 3학년이다. 의식이 덜 자라 아무생각없이 막 행동하는 어린애가 아니다, 우리들은.
그런데 죽였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내가 뭐하는 짓이지?’란 생각이 마구 올라왔다.
특히 강민의 형이 찡코를 쓰레기통에 버렸단 얘기를 듣고는.
하지만 어쨌든 읽어야했기에 화를 참아가면서 읽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강민이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강민이는 가족들간의 폭력과 불화, 그리고 그것을 겪은 형의 폭력을 견뎌내었다.
가족엔 어머니가 없었기에 강민이를 위로해줄 사람도, 어느정도 방패막이 되어줄 사람도 없었다.
폭력속에서 자라 의식이 덜 성장해있을테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것같았을테다.
그런데 믿고있던 찡코까지 자신에게 화를 냈다.
찡코는 강민에게 위안이 되는 동생이고 어머니였다.
그런 찡코가 강민에게 화를 냈다.
물론 찡코는 강민을 보호하기위해서였겠지만 강민은 몰랐을 테니까..
그래서 강민은 찡코가 자신에게 화를 냈다는 배신감에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찡코를 매우 많이 때렸다.

그런데,

‘그 애를 사랑해!’

이 구절을 읽을때 얼마나 울컥하였던지….
애완동물들은 주인에게 버림받아도 계속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였기에 더더욱 울컥했다.
물론 그건 미나가 죽인 반려견 머루의 목소리였지만..

미나. 미나는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오빠의 폭력과 그런 오빠를 혼내지 않는 엄마때문에
외로워진 마음을 채우기위해 폭식증과 함께 마음의 병을 앓게 된 강민의 옆집누나다.
미나는 ‘그 애를 사랑해!’란 목소리를 듣고 옆집 찡코의 목소리로 오인하여 강민에게  찡코의 메세지를 전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오원장과의 대화에서 미나는 자신이 지워버린 어렷을적 기억을 찾아낸다.
미나 역시 오빠의 폭력에 못이겨 자신의 반려견 머루를 죽였던 것이다.

아,오원장은 미나와 강민의 상담사이다. 그분으로 인해 강민의 가족도 미나도 서서히 바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찡코가 살아동아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왔다.

원래 그 전에 강민이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해서 찡코와 대화를 나눴던 장면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있었다니! 대반전이었고 대감동이었다.

나중엔 상처를 치료하면서 멈춰있던 의식과 몸과 마음의 성장을 다시 시작하는 두 주인공을 보며 따스한 웃음이 나왔다.
다 읽고나서 몇번이나 읽느라 이 감상문도 늦게 쓸 수 밖에 없었다 ㅎㅎ

이 책은 두 주인공의 상처, 그 상처로 인해 멈춰버린 정신적 성장, 그리고 그들이 죽여버린, 그러나 그들을 사랑하는 반려견까지
모두 한데 묶어 우리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강민처럼 미나처럼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는 사람, 그리고 마음속에 상처를 가지고 세상을 회색으로 보는 사람들까지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 아, 물론 감동의 물결로 인한 방어책으로 휴지는 필수요소로 준비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