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
2012.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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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나르는 책아주머니
헤더헨슨 글 /데이비드스몰그림
칼이 라는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높은 산속에 아빠를 도와 쟁기질을 하는 칼은 글자도 모르고 책에
관심이 없다. ‘종달새’란 뜻을 가진 책 벌레 여동생
라크를 아주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자신은 소를 치며 노동을 하는데 하루종일 책에 코를 처박는 여동생이
얄미운 것일까?
산기슭에 외따로 살고 있는 ‘칼’가족에게 세상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일 텐데
험하고 가파른 산기슭에 말을 타고 온 여성이 힘들게 짊어지고 가져온 것은 바로 책이다.
아주머니는 두 주에 한 번씩 책을 공짜로 교환해주러 온다고
한다.
‘칼’은 대단치도 않은 책을 애써 가져오는 아주머니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고 무관심했다.
그러나 책 아주머니는 비가 오나 안개가 끼거나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어김없이 방문한다.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온몸을 감싸고 책을 전해주로 오는 책
아주머니의 용감한 모습에 ‘책이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동생 라크에게 책읽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춥고 매서운 겨울 동안 집안에서 있으면서 ‘칼’은 새로운 세계인 책을 경험하게 된다.
봄이 되어 다시 칼의 집을 방문한 책 아주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물을 드리게 되고 책 아주머니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며 반가와 한다.
딱딱하고 무심했던 표정에서 애정을 담은 부드러운 웃는 표정의 칼의
변화가 눈에 띈다.
동생 라크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칼의 모습으로 끝나는 이 책은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이 책은 정말 독특하게도 책 아주머니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뒷모습이거나, 가슴밑부만 나오거나 멀리 있어 얼굴
윤곽만 보이거나 얼굴의 표정이 나오지 않는다.
특정 인물이 아닌
1930년대 책을 나르는 사서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내용이기에 그런 사서들을 보여주고자 함이었을까?
마지막에 칼이 책을 읽어주는 모습에 활짝 웃으며 말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조차 나오지 않아서 나는 궁금했다. 왜 얼굴이 한번도 자세히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1930년 경제
공황기 때에 산간지역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책을 날라주는 용감하고 자발적인 사서들을 보고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엔 책도 귀했을 텐데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립된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할 수 있는 책을 말을 타고 나르는 사서들이 있었다니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놀라게 된다.
또 독서의 힘이 중요하지만 ‘칼’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강제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나도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칼’처럼
책을 자발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기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많은 오빠 칼이 읽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도 놀리지
않고 차분하게 가르쳐준 동생 ‘라크’, 책 읽는 아이가 한
명 더 늘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가 그 전에 책을 읽지 않는 ‘칼’에게 책을 못 읽고 책을 빈정대는 ‘칼’에게 별다른 말들을 하지 않는다.
또 가장 힘들게 고생하면서도 묵묵하게 책만 전해주고 가는 책
아주머니.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말이 아니라 꾸준한 한결 같은 행동임을 알 수
있다.
냉소적이었던 칼이 점점 변해가면서 책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과정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표현되었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는 이 그림책의 재미와
감동을 아직은 잘 모른다.
나 역시 뒷부분의 배경소개를 읽고 나서 이 책이 더욱 감동 있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