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안 제 어릴 적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바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교도 들어 가기 전에 읽었던 미키가 주인공이었던 디즈니 명작 중의 하나였거든요.
어릴 적 일들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그때 읽었던 책들이 아직까지 30년가까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난다는게 너무 신기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양질의 좋은 책들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라는 말을 하나봅니다. 그림이며 이야기가 하나 하나 제 마음속에 녹아있는 것을 새삼 느끼며 우리 아이들도 커서 아이가 생기고 책을 읽어줄때 지금 제가 읽어주는 책들이 기억 속에서 하나 둘 살아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게 이런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쁜 추억들을 안겨준 이 책의 이야기는 독일의 위대한 작가이자 시인인 괴테!가 1797년 발표한 시 “마법사의 제자”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요. 여지껏 그것도 모르고 저는 이 이야기가 디즈니의 이야기인줄만 알고 있었다죠.
그리스 시인 루키안이 쓴 “거짓말쟁이 또는 믿음이 없는 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시는 괴테의 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라고 합니다. 제가 봤던 디즈니의 시리즈는 미키 마우스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를 포함한 여덟 곡의 클래식 음악에 각각 다른 성격의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요 “판타지아”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할때는 인기가 없다고 30년이 지난 후 엄청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죠.
제가 어린 시절 보던 디즈니의 이야기가 취학 전의 아이들에게 맞았다면 바버라 헤이젠의 간명하고도 운율 있는 글과 그림책의 거장 토미 웅거러의 익살맞은 그림으로 그려진 비룡소의 “마법의 제자”는 초등 저학년들이 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괴물 그림과 판타지적인 느낌이 가미되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그림체도 글체도 아이들에게는 달라진다는 걸 보게 되네요.
첫 표지부터 미로를 꾸며놓은 듯한 마법사의 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바로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 되더라구요. 첫 계단부터 시작해서 윗쪽의 종까지 손가락으로 따라가면서 미로를 찾아갑니다. 마법사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의 그림이죠.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혹시 책 표지를 보고 무서워서 도망가는 친구들이 있다면 안심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괴물들의 표정이 다 웃고 있잖아요~
“마법사의 제자”는 게으른 마법사의 제자 이야기에요. 마법사가 외출한 사이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자신의 일을 대신 시키는 마법사의 제자. 처음에는 편하고 좋았지만 빗자루가 그만 양동이의 물을 퍼나르는 일을 멈추지 않아 마법사의 성이 물에 잠기고 말죠. 돌아온 마법사는 모든 소동을 잠재웁니다. 마법사의 제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가끔 하기 싫은 일들을 모두 대신 해주는 마법을 부리고 싶어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답니다.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을 해주는 뭔가가 뿅하고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이죠. 그런데 모든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뤄야한다는 사실을 이 책이 알려주고 있어서 정신이 번쩍 듭니다.
모든 것을 귀찮아하고 불만투성이인 마법사의 제자를 보며 요즘 투덜거리기 대장이 되버린 초등학생 딸아이가 좀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살짝 해봅니다. 물론 저도 투덜거림을 멈추고 열심히 살아야겠죠!!
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이 책을 말썽부리기 좋아하고 투덜거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살짝 권해주고 싶어요. 마법사의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느끼는게 많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