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선배가 회식자리에 가며 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냉장고에 반찬 들어있어. 꺼내먹어. 그리고, 학습지 하고나서 전화하면 엄마가 컴퓨터 비밀번호 알려줄게.”
그 옆에서 아직 어린 아이를 둔 후배가 말한다.
“부럽다. 난 언제쯤 리모콘으로 우리 애들을 조종할 수 있을까?”
나는 위 두사람 모두의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엄마의 사랑을 전화로라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 고기왕은 출세와는 거리가 먼 아버지 고명달과 봉사활동에 뜻을 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사랑을 받는 법과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잘 배우고 크면서 중학생이 된다.
비록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때에 엄마는 해외봉사를 위해 떠나시고, 아빠는 생업과는 거리가 좀 있는 명탐정사무소겸 카페를 열지만 기왕은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게다가 아빠 고명달은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아들을 꾹 믿어주는 멋진 어른인 것이다.
명탐정사무소는 주로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많이 의뢰받지만, 그 일로 인해 제법 큰 사건인 오유리의 사건을 맡게된다.
사건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유리의 죽음이 일어나고, 나름 추리소설로 갈고 닦은 추리력으로 기왕은 그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친구를 통해 남자인 기왕이 여학교의 오유리 짝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오유리의 죽음이 그냥 사소한 사고사가 아님이 밝혀지는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학습과 공부, 시험에 얽매이게 되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라면 너무도 절절히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우리 세대에는 ‘빵셔틀’이나 ‘왕따’ ‘찌질이’라는 단어들이 멀기만 했었고, 방과후 놀거리라곤 친구들과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일이어서 친구들 사이가 싸웠더라도 금방 풀리고는 했었다.
요즘처럼 삭막한 아이들의 세계에선 서로에 대한 관심과 부대낌보다는 컴퓨터 게임이나 블로그, 휴대폰 등의 기계를 통한 대화가 더 익숙해지면서, 친구들 사이의 작은 차이도 인정해주지 못 할만큼 삭막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는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책을 주변에 꼭 소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