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명탐정인 아빠, 수많은 현실감 없는 사업들을 아무리 말려도 한사코 고집했다 기어이 말아먹기를 수차례,

엄마가 아프리카로 해외 출장을 가자 ,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사업 계획을 세웠다.

까페? 이번엔 좋은 것으로 걸렸구나. 에잉? 명탐정 사무소? 그럼 그렇지..참으로 낭만적인 아빠다.

우리나라엔 탐정이라는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 게다가 경찰이나 검찰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불법이다.

그래도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이 아빠는 기어코 명탐정 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까페는 파리만 날리는 가게.

하긴, 메뉴에 오렌지 주스 밖에 없는 이 까페에 누가 와서 비싼 돈 주고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오렌지 주스를 사겠는가.

명탐정 사무소? 그곳에서도 고양이 찾는 그런 의뢰빼고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날, 정말 사건다운 사건이 온다.

윤희의 동생이 위험하다고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행운의 열쇠와 관련이 있다고.

그리고 몇일 뒤, 윤희의 동생, 유리는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고기왕, 주인공, 이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고, 아빠의 도움이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것은 허황된 낭만에 사로잡힌 그의 친구, 몽키.

유리가 다니던 학생들을 기왕은 조사해보았다. 그리고 몇몇의 증인을 얻었다.

유리는 왕따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인정을 꺼렸지만 그들이 “장난”이라고 했던 짓들은 오유리에게는 “잔인한 괴롭힘”이었다.

유리가 어느날 정말 당첨되기 어려운 행운의 열쇠에 당첨되자, 그걸 시기하고 질투한 아이들은 모든 불만과 나쁜 문제들을 다 오유리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언젠지도 모르게 어느날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괴롭힘은 그렇게 시작한다. 아무도 노골적으로 먼저 시작한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부터인가 한사람이 구석에 가 있는 것이다.

유리는 죽음으로 떠밀려 갔다. 정말로 가해자들, 연두, 송이 및 여러 학급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의 “장난”은 한 생명을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몰아갔다.

기왕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자신의 어두웠던 6학년 때를 회상한다. 그도 따돌림을 당해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잘못은 그의 탓으로 돌아갔고 아이들은 그를 피했다.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그의 곁에 있었던, 친했던 친구들마저 모두 떠나버렸다. 기왕은 그때를 죽을 힘을 다해 견뎌냈지만 유리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왕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때 그 기억을.

유가련, 이 사건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 증인과 정보를 준 사람. 그녀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나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와 밥한번 같이 앉아 먹지 않았다고. 아니, 못했다고. 나는 송이, 연두와 몰려 같이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괜히 시끄러워지고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 유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었다고. 그걸 생각하면 후회스럽고 그 따뜻한 한마디가 얼마나 유리에게 힘이 되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송이는 자백을 할 때 울면서 화를 냈다. 나는 “배운대로 했을 뿐이야.” 우리가 배우는 것이 바로 약육강식아니냐고.

요즘에도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의 왕따, 자살, 따돌림, 빵셔틀. 기왕의 생각대로 아무리 자살시도를 하지 않거나 그 모든 것을 견뎌내고 나중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그 아이들은 그걸 평생토록 기억할 것이며 흉터로 남을 거란것은 사실이다. 가련의 말대로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걸 묵묵히 지켜봤던 아이들도 정말 나빴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송이의 말을 우리는 유심히 들어야할 것이다. 우린 배운대로 했을 뿐이라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실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약한 자를 짓밟고 위로 올라가야한다고 배우고 있다. 경쟁이 심한 이 사회에서 등수를 가르면서 상류와 하류를 등급화시키는 것. 이런 사회에서 약한자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 약한자는 오유리처럼 마냥 괴롭힘을 받아야한다고. 우린 그렇게 배워왔던 것이다. 노골적으로는 아니지만 우리가 받는 교육이나 사회 구조는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도록 되어있다. 명탐정의 아들은 그것을 콕 집어 우리의 허점을 드러내고 이런 문제들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선한 충격을 주고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내 또래의 친구들에게 정말로 추천해주고픈 책이다. 과연 “밟히지 않기 위해 먼저 밟아야” 하는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