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문제라도 언쟁을 높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조금은 밋밋한 삶일수 있지않냐고 말하겠지만 난 작은 싸움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살다보면 누구나 작은 언쟁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작은 말싸움조차도 그리 하고 싶지 않으니..모두다 좋은 방향으로 결론 지을 수 없는 것일까? 서로의 의견을 절충하고 양보하면 좋으련만…
조금은 가식적일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끔은 나와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스럽고 그조차 나의 행동과 말을 이해해주지 않을때도 있지만 그런 다름을 미움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요즘은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한창 예민한 10대의 소녀가 두 명이나 있기에 모든게 조심스럽다. 강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나이때는 자신도 모르는 기분들이 자리잡고 있으니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 엄마가 도움을 주지 못하고 공부나 다른 일들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면? 그런 어리석은 엄마가 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최상희 작가님의 전작 <그냥, 컬링>을 아이와 함께 보고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지만 아무래도 아이와 나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유리와 같은 또래여서인지 그 안에 들어가 바라보게 되고 난 아무래도 한발짝 물러서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자신의 학교에서 한번쯤은 보게 되는 일들이지만 나는 아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를 통해서 듣고 보게 되니 조금은 그 감정들이 걸러지는 것은 아닐까한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유리와 같은 친구가 있더라고 섣불리 앞에 나서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면 부모의 입장에서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엄마의 입장에서 그 어떤 아이들에게도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유? 그러니까 아이들도 이유는 모르는 것 같았어. 오유리가 건방지다거나 재수 없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애들 중에 더 건방지고 재수 없는 애가 많았지. 이유는 모르지만 한 번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다, 그런 분위기였어. 하지만 그게 말이 되니? 이유 없는 게 어디 있니? 진원지 없는 지진이란 없어. 반드시 시작된 곳이 있기 마련이지. – 본문 234쪽
유리는 희생양이였을까? 아이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터뜨릴 곳을 유리에게 찾았으니. 많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답답함을 풀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수의 횡포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은 유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풀어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리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혼자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참으로 힘든 우리의 학생들. 우리가 그 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공부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시절을 보낸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그보다 더 힘든 시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들도 어른들의 말씀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이 아이들도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견디라고만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왕따라는 말만으로 우리는 마음이 아파온다. 현실의 많은 유리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삶의 끈을 놓을만큼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나약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혼자서 그 고통을 이겨내라고 말할수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